60대 공공일자리만 늘었는데 “고용 긍정적”이라는 정부

중앙일보

입력 2020.07.1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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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이 1조1103억원으로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고쳐 썼다. 사진은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설명회장에 들어서는 구직자들의 모습.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축으로 실업자가 늘면서 지난달 구직급여(실업급여) 총 지급액이 역대 최대치를 또 갈아치웠다.
 
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6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11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6816억원)보다 무려 62.8% 급증했다. 2월부터 5개월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6월 노동시장 동향’ 뜯어보니
제조업 고용, 환란 이후 최대 감소
2030 신규 채용 2만1000명 줄어

실업급여 지급 5개월째 사상 최대
정부 “필요시 수령횟수 제한 검토”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도 10만6000명으로 지난해(7만6000명)보다 39.4% 증가했다. 5월(11만1000명)보다 증가 폭은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매월 10만명 이상 실업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전체 구직급여 수급자는 71만1000명으로 역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1회당 평균 수급액은 142만원이었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구직급여 지급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는 실업자 증가와 함께 지난해 10월 이후 구직급여 지급액과 지급 기간을 확대한 영향이다. 구직급여 신청자는 제조업(2만1900명)·건설업(1만3500명)·도소매업(1만3000명) 등에서 주로 나타났다. 생산성이 높은 민간 영역에서 비자발적 실업자가 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고용 상황이 3~5월과 사뭇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근거 중 하나는 일자리를 얻어 고용보험을 취득한 사람(취득자)의 전년 대비 감소 폭이 줄었다는 점이다. 52만명으로 한 해 전보다 1%(5000명)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 변수가 없었던 지난해 6월 3.7%(2만명) 줄어든 상황보다 개선됐다. 일자리를 잃어 고용보험 자격을 잃은 사람(상실자)까지 고려한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수도 18만4000명 늘어난 1387만100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3월 이후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세가 확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 이후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부는 코로나 충격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서비스업 일자리도 바닥을 찍었다고 봤다. 지난달 서비스업 부문 고용보험 가입자는 22만7000명 늘어 지난 4월(19만2000명)·5월(19만5000명) 증가 폭보다 개선됐다.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공행정·보건복지·교육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개선세가 뚜렷했다는 것이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은 (3월 이후) 계속 감소하다 지난달 (증가 폭 감소세가) 멈췄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기업·공공부문 채용이 시작되면서 고용보험 상실자 감소 폭도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희망일자리 사업 참여자를 모집 중인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 1·3동 행정복지센터 [뉴시스]

그러나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우선 정부가 강조하는 지난달 신규 채용은 대부분 노년층에서 두드러졌다. 고용보험 취득자는 29세 이하는 1만1100명, 30대는 1만200명 줄었다. 40대와 50대도 각각 2400명, 200명 감소했다. 유일하게 급증한 연령대는 60세 이상으로 이들 연령대에서만 1만8500명이 증가했다.
 

코로나 이후 고용보험 취득자·상실자 증감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업종별로도 정부 일자리 사업이 영향이 컸던 공공행정(1만900명)·보건복지(5200명) 등에선 고용보험 취득자가 늘었다. 그러나 제조업(-1만5400명)·사업서비스(-3900명)·숙박음식점(-3600명) 등 민간 영역 주요 노동시장 상황은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 폭은 5만9000명을 기록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의 정부 의존도가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민간이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창출하기 때문에, 고용 창출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실업급여 상습 수급을 막기 위해 1인당 실업급여 수령 횟수 제한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권기섭 고용정책실장은 이날 “실업급여를 계속 반복해서 받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반복 수급 제한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