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A씨 사건을 맡은 변호사와 지원단체가 주관한 기자회견에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님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단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를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으로 일컫거나, 피해를 사소하게 만드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단순 실수로 받아들이라 했다”
서울시 “몰랐다” “접수된 적 없다”
전문가 “가해자와 분리, 조사했어야”
서울시는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렸고 비서관에게 부서를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는 A씨 측 주장에 대해 “몰랐다”고 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관계자는 “A씨가 상담을 했다는 직원이 누구인지 아직 모르겠다”며 “9일 언론보도로 처음 해당 고소 건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공식 절차를 거친 지원 요청이 아닌 한 피해사실을 먼저 인지하고 대응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 내에서 성희롱·성폭력을 당하면 여성권익담당관 혹은 인권담당관에게 전화·서면으로 신고할 수 있는데 이번 사건은 담당관에 접수된 적 없다”고 말했다.
사건이 담당관에게 접수되면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가 성희롱·성폭력에 해당되는지 판단한 뒤 가해자 징계, 피해자 지원 등의 조치를 한다. 성희롱·성폭력고충심의위원회는 권고사항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2차 피해가 없었는지 살핀다. 서울시는 이 매뉴얼을 박 시장이 재임 중이던 2014년 갖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인권활동가는 서울시 대응과 관련해 “도움 요청이 있었다면 누군가는 조기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사건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게 경보음을 울렸어야 했는데 그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큰 문제”라며 “특히 기관장이 가해자라면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고 피해자는 훨씬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사에게 피해사실을 알리고 부서 이동을 요청했다면 그 상사 역시 중간관리자로서 직무유기를 저지른 셈”이라며 “관리자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도울 책임이 있는데 승진이 걸린 조직에서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A씨가 서울시장 비서실에 근무하게 된 건 어느날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서울시청이 아닌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던 A씨는 어느 날 서울시청의 전화 연락을 받고 그날 오후 시장실 면접을 봤으며 비서실에서 근무하라는 통보를 받고 4년여 비서로 근무했다는 게 A씨 변호사의 설명이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