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시장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4년간 지속됐다"며 구체적인 범행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특히 비서 A씨 측은 “박 시장의 성추행이 안희정 지사와 오거돈 시장의 ‘미투’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재임 동안 미투 운동 지지 발언을 했고 서울시에 젠더 특별보좌관을 신설하는 등 친여성 행보를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셀카 찍자며 밀착…무릎에 입술 접촉도
또 피해자 무릎의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직접 입술을 접촉했을 뿐만 아니라 집무실 내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 접촉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퇴근 후에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로 은밀하게 성추행이 이뤄졌다. 박 시장은 주로 자신의 속옷 차림 사진을 전송하며 성적으로 괴롭혔다는 게 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음란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이는 피해자의 부서 이동 후에도 지속되는 등 가해 수위가 점점 심해졌다고 한다. 실제 피해 여성은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텔레그램 포렌식 결과물'과 심야 비밀대화 초대 증거를 함께 제출했다.
서울시에 수차례 호소해도 개선 안 돼
또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청하거나 부서 변경을 요구했으나 매번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소장에 따르면 "서울시 직원들은 '(박 시장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단순 실수로 치부했다. 또 부서 변경의 경우 박 시장이 직접 승인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구조라며 거절당했다"고 했다.
박 시장, "미투 운동은 용기 있는 행동" 지지
같은 해 12월 박 시장은 서울 시민청에서 성희롱 없는 안심 일터 만들기 ‘서울 #With U’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With U'는 미투 운동이 불거졌을 당시 성범죄 피해자와의 연대를 뜻하는 용어다. 이 프로젝트는 직장내 성희롱을 방지하기 위해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전문강사를 파견하고, 교육을 이수한 사업장에 '안심 일터 인증 스티커'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나는 페미니스트 맞다"
이에 앞서 박 시장은 2014년 9월 서울시에서 성희롱·언어폭력을 저지른 공무원에게는 중징계 이상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당시 직원들에게 직접 관련 서한을 보내 “공무원의 일탈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신뢰와 연결된 문제이자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선량한 대다수 직원의 사기와도 관련된 문제”라고 했다.
또 박 시장은 그해 10월 ‘2014 세계여성경제포럼(WWEF) ’ 기조 발제자로 나서서는 “고백할 게 있는데 사실 저 ‘여자’다”라고 말해 주목받았다. 그는 당시 “나는 누나만 넷, 여동생 하나”라며 “여성들 속에서 살다 보니 성격이 여성적으로 변해 치밀함과 꼼꼼함 갖추게 됐다”며 여성들과의 유대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선 “여성의 장점이 서울을 바꾸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고도 했다.
고소인 측, "서울시도 진상규명 동참해야"
권혜림·김지아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