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장 "지난해 중순 찾아와 한인회 일 돕겠다고 해"
70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 전 대표는 2018년 3월 해외로 출국했다. 출국 후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쳤는데 당시 일정이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일정과 겹쳐 논란이 일고 있다. 베트남에선 문 대통령을 수행한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의 UAE 방문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행했다. 임 전 실장은 이 전 대표와 한양대 86학번 동기다. 미래통합당에선 "이 전 대표가 대통령 순방 루트를 따라 해외 도피를 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지만 청와대는 "이 전 대표는 공식 수행원이 아니며 행사 초청 대상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LA중앙일보 기자와 직접 만나 "임 전 실장은 후배를 통해 알았다. 하지만 사적으로 만날 정도로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소당했다고 출국금지가 되지 않는다. 나는 떳떳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김치 등 한국 특산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업체는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 건물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한인회 사무총장 일을 열심히 해 한인회 측에서 무상으로 사무실을 제공했다고 곽 회장은 설명했다.
SF총영사관 "기소중지자인지 몰라. 우리가 대응할 사안 아냐"
이에 대해 정광용 샌프란시스코 부총영사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영사는 부임한 지 2년 6개월이 됐다. 한인회 등 한인 행사 때 회장과 이사장을 만나지 사무총장(이 전 대표)은 알지 못한다”며 “저는 이 전 대표를 행사장에서 3번 정도 만났지만, 기소중지자라는 사실은 오늘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기소중지자 소재 파악에 따른 향후 총영사관 대응을 묻는 말에 정 부총영사는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는 경찰·검찰 영사가 없다. 우리가 따로 대응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본지는 박 총영사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북미 재외공관에서 영사로 일했던 한 검사는 “재외공관은 재외국민 보호 역할이 우선”이라고 전제한 뒤 “해외로 도주한 기소중지자는 형사범이나 금융 사범 구분을 두지 않는다. 한국 당국에서 미국 정부에 범죄인인도 요청을 하는 일이 먼저지만, 재외공관이 해당 기소중지자 소재를 파악했다면 본국에 보고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혁진 소재 드러났는데도 수사팀 반응은 '미지근'
다만 증권범죄합수단 출신의 한 인사는 "이 전 대표가 기소중지 상태에서도 총영사관 측과 대놓고 교류를 이어왔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며 "누군가 믿을만한 배경이 있다고 보이는 측면"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사 인터뷰 등을 통해 이 전 대표의 소재가 드러났는데도 수사 당국이 재수사 의지를 내비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를 맡았던 수원지검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구체적 내용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이 전 대표가 받는 횡령 혐의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거나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건에서 이 전 대표가 연루된 정황이 발견돼야 강제 송환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보통 불구속 상태의 피의자들이 해외로 나가 기소중지가 되면 해당 사건은 창고에 틀어박혀 있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언론에서 이 전 대표의 소재가 드러났으니 앞으로 재수사 여부는 검찰의 수사 의지와 혐의 인정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LA중앙일보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