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재정적자의 소용돌이다. 그나마 여기에 맞서(?) 적자를 줄인 1등 공신이 있다. 그가 누구인지는 모두 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서는 열심히 세금을 올려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취득세·양도소득세 같은 부동산 세수가 2014~2018년 4년간 32조원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인플레와 478조 사모펀드 불안
집값 자극 요소 곳곳에 널렸는데
정부는 효과 적은 세금 때리기만
그 뒤에서 국민은 한숨을 쉬고 있다. 하릴없이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을 되뇐다. 조용히 살고 있는데 갑자기 집값이 뛰어 졸지에 종부세를 더 내게 된 국민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성난 민심을 달래려 정부와 여당은 정치 쇼를 벌였다. 청와대 인사와 여당 국회의원, 고위 관료에게 “집 한 채 남기고 다 팔라”고 했다. 그러나 노골적인 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 부동산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이런 소문이 퍼지는 게 즉효다. “청와대 인사들이 암암리에 집을 다 내놓았대.”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곳곳에 지뢰다. 당장 떠오르는 불안 요인만 세 가지다. 우선 인플레이션이다. 돈이 너무 풀렸다. 지금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어찌 될 지 모른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될 때 부동산 같은 자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익히 경험한 바다.
빚을 잔뜩 걸머진 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유도할 수도 있다. 1000조원을 넘나드는 나랏빚도 돈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법이다. 1·2차 세계대전 후 독일과 영국이 국가채무 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생산 시설 재배치’ 역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소다. 싼 임금을 찾아갔던 공장이 본국으로 유턴하면 생산비가 오르게 마련이다.
둘째, 돈이 갈 데가 없다. 세금을 뗀 정기예금 실질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다. 벤처 투자? 지난해 사상 최대였다는 벤처 투자 금액이 4조3000억원이다. 1130조원 시중 부동자금에 비하면 고작 0.4%다. 478조원에 이르는 사모펀드는 툭 하면 사고다. 여기서 돈이 빠지면…. 조마조마하다. “금융감독원은 뭐 했나” 소리가 절로 나온다. 터질 뇌관은 놓아두고 다 끝난 키코(KIKO)에 매달렸던 금감원이 어떻게 사과할지 궁금하다.
불안 요인 셋째. 교육 정책이 부동산을 들쑤셨다. 지난해 말 자사고·특목고를 없앤다는 발표가 나오자 교육 특구인 서울 강남·목동 등지의 부동산이 들썩였다. 그러지 않아도 강남·목동 등지는 교육 노마드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그야말로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그 영향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곳곳에 살얼음인 가운데 정부가 엊그제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골자는 다시 세금 폭탄이다. 이번엔 거의 핵폭탄급이다. 종부세 최고세율이 지난해 12·16대책의 두 배가 됐다.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상은 ‘갸우뚱’이다. 단기 효과는 있겠지만 중장기는 ‘글쎄올시다’라고들 한다. 세입자들은 세금 부담의 불똥이 전·월세금으로 튈까 봐 전전긍긍이다.
범죄율을 낮추는 데는 형량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가로등을 달고, 배고파 빵 훔치는 사람이 없도록 복지를 늘리며, 양극화를 해소해 불만을 줄이는 것이 모두 범죄율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정책이다. 부동산 정책이라고 다를까. 오히려 더 복합적일 수 있다. 금융·교육·산업·벤처·교통 등등 정말 세상만사가 어우러져야 하는 분야다. 세금만 무기 삼아서는 될 일도 그르친다.
조금은 깨달았을까. 정부도 곧 공급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도심 재건축은 ‘No’란다. 하도 “공급, 공급”하니, 그저 마지 못해 “그래, 공급”하는 듯한 모양새다. 걱정이다. 이 정부는 ‘이생집망’도 모자라 ‘삼생(三生)집망’ 소리를 들을 것만 같다.
권혁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