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질문을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합니까. 최소한 가릴 게 있고. 나쁜 자식 같으니라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0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서 기자를 향해 내뱉은 욕설이 문제가 됐다. 당시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이 대표는 "고인에 대한 의혹과 관련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는 한 통신사 기자를 쏘아 보며 "나쁜 자식"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전했나’, ‘고인과 마지막 연락은 언제였나’ 등 후속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 대표는 아무런 답변 없이 질문한 기자를 노려봤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등 당 관계자가 만류에 나섰지만 대치 상황은 잠시 계속됐다. 이 대표는 자리를 뜨면서도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이 대표가 직접 사과해야"
언론인 출신의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욕설 파문이 퍼지자 수석대변인이 '대리 사과'의 뜻을 전했는데, 그렇다면 이 대표의 욕설이 '이해찬'이란 개인이 아닌 여당 전체의 뜻에서 이뤄진 것이냐"며 "이 대표의 욕설이 여당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도 “(이 대표는) 기자에게 화를 낼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화를 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방정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기자는 민주당 대표에게 당 차원의 대응을 물었는데, 이해찬 대표는 ‘박원순 시장의 친구’ 입장에서 감정이 격화돼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 같다”며 “공적인 자리에서 국민을 대신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욕설 등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 것은 언론에 대한 잘못된 태도이자 분명한 실수”라고 말했다.
총리 시절엔 언론 향해 "역사의 반역자"
2004년 총리 시절엔 언론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대표는 당시 독일 베를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특정 매체를 지목해 “역사의 반역자”라고 표현하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용납할 수 있어도 조선일보의 행태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엔 이재명 지사의 ‘혜경궁 김씨’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그만해. 그만하라니까”라고 답한 뒤 기자의 마이크를 밀치는 태도가 논란이 됐다.
뿌리 깊은 '언론 불신'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현 여당은 자신들을 개혁의 주체로, 언론을 개혁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언론에 대한 불신이 고조돼 있다”며 “정치 현상이 편 가르기로 흐르는 중심에 언론이 있다고 보는 민주당과 이해찬 대표의 생각이 강하게 드러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