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메이크업 출근, 신기" 코로나가 여성들 일상도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2020.07.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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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화장품 가게에 진열된 화장품. 뉴스1

‘마스크에 1도 안 묻는 파데 프리 메이크업’

‘5분 파데 프리 마스크 메이크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메이크업 트렌드까지 바꿔놓고 있다. 최근 뷰티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피부 화장품인 파운데이션을 쓰지 않는 ‘파데 프리’ 아이템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로 필수품이 된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한 유명 뷰티 유튜버는 “파데 프리 메이크업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마스크를 벗을 때마다 얼굴에 찍힌 자국이 남는데 매번 수정화장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해당 영상에선 파운데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톤 업 크림과 선크림 등을 사용한다는 팁을 선보였다. 피부 표현을 자연스럽게 하다 보니 아이라인을 하지 않는 등 전체적인 화장법도 바뀌었다. 네티즌들은 ‘이전에는 파운데이션을 안 쓰는 걸 상상도 못 했는데 처음 해보니 피부에 트러블도 덜 나고 좋다’ ‘시간이 단축돼 편하다’고 반색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유티 유튜버 사이에서 '파데 프리' 아이템이 인기를 끌고 있다. 10일 유튜브에 '파데 프리'를 검색하니 올라온 영상 리스트다.

 

“아침에 30분이면 준비 끝” 노 메이크업 확산

코로나19 사태로 노 메이크업 선언도 늘고 있다. 회사원 박모(29)씨는 “노 메이크업으로 회사에 다니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언택트 문화가 퍼져 회사 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일이 없다. 이전에는 아침마다 씻고 화장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렸는데 지금은 30분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권모(28)씨는 “처음에는 마스크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올라와 한두 번 화장을 안 했는데 너무 편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선크림만 바른 채 노 메이크업으로 회사에 다닌다”라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니까 주변 동료들도 화장하는 이가 드물다”고 했다.


안 쓰는 화장품 중고 거래로 팔기도

대학원생 남모(28)씨가 지난 2일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안 쓰는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 올린 글. [남씨 제공]

안 쓰는 화장품이 늘다 보니 중고거래를 하는 이도 있었다. 대학원생인 남모(28)씨는 최근 한 달 동안 립스틱과 아이섀도 등 화장품 4개를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팔았다. 남씨는 “원래도 화장을 많이 안 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선크림 정도만 바른다. 선물 들어온 거나 포장을 뜯지 않은 건 직거래해서 용돈으로 쓴다”고 했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해 화장품 업계의 실적은 크게 위축됐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이 22% 정도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약 67% 떨어졌다. LG 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 매출도 6.5%가, 영업이익은 10% 정도 감소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화장품 매장은 “화장품은 테스트를 해보면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 때문에 대면 접촉을 꺼리다 보니까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일상생활의 우선순위가 바뀌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전에 이삼십대 여성들에게 화장은 중요한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의미가 크게 없어졌다. 화장뿐 아니라 여행·모임 등 사람들이 먼저 추구했던 욕구들이 모두 위축되고 안전에 대한 요구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욕구의 우선순위가 변화하는 단계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일상이 잠시 멈추는 게 아니라 삶의 모습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