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 비밀이 아니다. 그게 그렇게 엄청난 일인가.”(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법무부가 공개하지 않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입장 가안문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먼저 유출됐다는 논란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둘러싼 법무부 내부 논의 과정이 최 대표를 비롯한 범여권 인사들에게 새어나간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0일 “권한 없는 사람과 일일이 조율하고 상의한다는 것 자체가 국정농단이고 국정파탄”이라며 “특히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부정과 관련해 피고인으로 돼 있는 최강욱 의원이 법무부 장관 측과 은밀하게 연락하면서 법무행정의 중요사항을 논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 ‘제2국정농단 단상’이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최강욱은 가안을 올려놓고 ‘어제부터 그렇게 외통수라 했는데도 ㅉㅉ’라고 코멘트했는데, 추미애 장관의 수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라며 “최순실 사태도 시작은 미약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대표는 이날 추 법무부 장관의 입장문 가안을 입수, 페이스북에 올린 것에 대해 “추 장관이 원래 공개를 지시한 내용으로 공무상 비밀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장관을 수행하는 비서들이 입장문 두 가지가 다 외부로 나가는 것을 알고 지인들한테 보냈다는 것이, 그게 그렇게 엄청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추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제가 보낸 지시 문안 외에 법무부 간부들이 만든 별도의 메시지가 들어와 제가 둘 다 좋다고 하고 공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입장문 가안도 자신이 승인한 것인 만큼, 유출은 문제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야당이 자신을 향해 “제2의 국정농단”이라고 날을 세우는 데 대해 “최순실씨는 아예 대통령 연설문을 받아서 고쳐준 게 문제지만, 이건 장관이 직접 작성하고 승인한 문안이 혼선으로 다른 분들에게 나간 것뿐”이라고 받아쳤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박주민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추 장관은 누가 만들어준 문안을 그냥 뿌릴 분이 절대 아니다. 이 부분을 정치적으로 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최 대표의 입장을 두둔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