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이 가장 먼저 30승 라인을 통과한 건 아니다. NC 다이노스, 키움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가 더 빨랐다. 가장 앞선 NC는 벌써 40승에 근접했다. 그래도 시즌 초반 고속 행보는 LG와 삼성, 두 구단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루 간격 달성한 라이벌
LG, 2000년대 두번째로 빠른 속도
삼성, 분위기 달라져 회복세 뚜렷
한화·SK 부진 따른 승리 인플레도
기분 좋은 징조다. LG는 2013년과 지난해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3시즌은 9개 구단 중 2위, 지난 시즌은 10개 구단 중 4위였다. 정작 21세기 들어 가장 빨리 30승을 채운 2011년 성적이 아쉬웠다. 올해보다 3경기 더 빨랐지만, 시즌 중반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52경기 시점까지 30승22패였는데, 결국 59승2무82패(승률 0.450)로 시즌을 마쳤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TD)는 불명예 꼬리표와 싸우던 시기다.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같은 페이스로 30승을 찍었다. 일시적 상승세가 아니라는 의미다. 삼성에서 통합 4연패를 이끈 류중일 감독이 임기 3년간 세대교체를 원활하게 진행했다.
삼성은 7일 고척 키움전에서 LG보다 하루 일찍 시즌 30번째 승리를 거뒀다. LG와 같은 55경기째였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일군 2011~14년 기세에 버금간다. 스포츠투아이는 “최근 10시즌 중 네 번째로 이른 시점에 30승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천하무적이던 2014년엔 30승까지 45경기면 충분했다. 13년 49경기, 15년 50경기가 그 뒤를 잇는다. 올해의 55경기는 바로 그다음 순위다. 심지어 통합 4연패의 출발점이던 2011년(56경기)보다 한 게임 빠르다. 2016년부터 4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삼성이 확실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런 변수를 고려해도 LG와 삼성이 눈에 띄게 단단해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삼성 지휘봉을 잡은 허삼영 감독은 30승 달성 직후 “승리도 기쁘지만, 젊은 타자들이 땅볼 타구에도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 더 좋아 보였다. 팀이 정말 달라진 게 느껴진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시즌 초반 하위권을 맴돌던 팀이 한 계단씩 차근차근 올라와 5강에 진입했다. 감독은 더욱 뿌듯할 수밖에 없다.
반면 류중일 LG 감독은 고삐를 더 조였다. 2위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중위권으로 내려온 팀 상황을 생각해서다. “아직 우리가 진짜 강팀인지는 잘 모르겠다. 선수들이 자신감은 갖되 자만하지 말고 균형을 잘 맞췄으면 좋겠다. ‘이 정도면 잘했다’는 생각을 늘 경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신 베테랑부터 신인급까지 여러 선수를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LG와 삼성의 선전 덕분에 대결 구도도 만들어졌다. 두 팀의 모기업은 재계의 오랜 라이벌이자 전자업계 쌍두마차다. 과거 두 팀 간에는 트레이드조차 금기였다. 프로야구 출범 31년 만인 2012년 12월에야 LG와 삼성이 처음으로 선수를 교환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정도다. 여기에 류중일 감독은 2018년 LG 사령탑에 부임하기 전까지 감독, 코치, 선수 생활을 삼성에서만 했다. 삼성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을 지휘한 사령탑도 류 감독이다.
그런 두 팀이 가장 치열한 순위 전쟁 한복판에서 만났다. 40승 고지는 어느 팀이 더 빨리 밟을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