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인터뷰에서 김소영 신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은 이렇게 밝혔다. 1일 위원장에 선출된 그의 어깨는 무겁다. 정정화 전 위원장이 월성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시설 대책 공론화를 둘러싼 논란 끝에 사퇴한 만큼 이를 봉합하고 수습해야 하는 일을 맡았기 때문이다.
김소영 신임 재검토위 위원장
김 위원장의 임무는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과 갈등이 엇갈린 상황에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중지를 모으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 교수로 연구개발 정책,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융합 등 분야를 연구해오다 중책을 맡은 그를 인터뷰했다.
- 어려운 시기, 어려운 자리를 맡았다.
-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마라톤과 같이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다. 이번 재검토로 모든 게 결정되는 게 아니다. 수십 년이 걸리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과 해법을 마련해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공론화 등 의견 수렴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에 기반을 둔 기술 역량도 필요하고 어느 순간엔 정치적 결단도 필요한 일이다.”
- 다른 재검토위원도 사퇴했다. 위원회 운영에 문제는 없나.
- “대다수 위원은 힘들지만 끝까지 논의를 이어간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 재검토위를 해체하고 다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 “사용후핵연료를 둘러싼 대표적 이해관계 집단은 원자력계, 탈핵시민사회계, 지역주민이다. 이 중 탈핵시민사회계가 불참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재검토위를 해체한다면 중요 의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다시 공전하게 될 것이다. 불참하는 쪽의 입장만 고려해 의견 수렴을 연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견 수렴 결과를 정리한 정책 권고안을 작성할 때도 탈핵시민사회계가 논의 과정에 불참했다는 사실을 밝힐 것이다.”
- 공론화보다 주민투표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식이지 않을까.
- “사용후핵연료처럼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중장기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이슈의 경우 다수의 의견이 반드시 합리적인 결과를 낳는 건 아니다. 의견의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특정 입장을 가진 1000명의 의견보다 무작위로 추출된 100명의 학습된 의견이 더 정확할 수 있다.”
- 임시 저장시설은 곧 포화상태가 된다. 시간이 많지 않은 데.
- “10~12일 1차 종합토론회를 열고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과 중간저장시설 필요성 등에 대해 시민 참여단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임시 저장시설 추가 확충 관련 사항에 대해선 오는 18~19일 종합 토론회를 개최한다. 다음 달 초엔 관리 시설 유치 지역에 대한 지원 방안 등에 대해 시민 참여단의 의견을 듣는 2차 종합 토론회를 연다. 의견 수렴 결과가 적기에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