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본은 국민건강영양조사(4월21일~6월19일) 대상자 1555명, 서울 서남권(구로·양천·관악·금천·영등포구) 의료기관 환자 1500명을 조사했다. 서남권 1명에서만 중화항체가 나왔다. 중화항체는 체내 형성된 항체 중 병원체(코로나 바이러스)를 중화(무력화)한다.
보통 바이러스성 감염병에 걸린 뒤 완치되면 몸 속에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가 형성된다. 국민의 면역력을 추정하는 근거로 활용한다. 또 무작위로 검사하기 때문에 방역 당국이 거르지 못한 '숨은 환자'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어 실제 코로나 환자를 추정하는 단서가 된다. 항체 보유자가 적다는 것은 방역망에 벗어나 있는 감염자가 별로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단 우리 지역사회의 코로나19 면역이 극히 낮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항체 조사에서도 예상했듯이 결국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항체 형성률이 매우 낮게 나왔다. 스페인 정부가 지난 4월 국민 6만 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항체 보유율이 5%로 나타났다. 스페인의 최근 확진자는 25만 명에 달한다. 많은 환자가 발생한 나라인 만큼 코로나19 항체를 가진 비율도 비교적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영국 런던은 17%, 스웨덴 스톡홀름은 7.3%, 일본 도쿄 0.1% 정도가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확진자 1만3000여 명 중 대구지역 확진자가 7000여 명인데, 이번 조사에서 대구 표본이 빠진 점은 큰 한계로 작용한다"며 "대구만이라도 항체 조사를 하면 집단면역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7월부터 대구·경북 등 일반인 3300명의 항체 조사를 진행하고, 국민건강영양조사 검체도 계속 확보해 1만 여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추후 상세한 집단면역 정도, 무증상 감염 규모 파악을 통해 방역 대책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집단면역을 통한 코로나 극복이 어려운 만큼,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이 완료돼 지역사회에 충분한 방어 수준이 달성되기 전까지는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개인위생을 잘 지켜 유행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