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란 말이야, 중력과 같아. 살짝 밀기만 하면 돼.”(영화 ‘다크나이트’, 조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文 지시 후 규제·세제 강화 추진
양도세 최고 90% 부과 방안까지
징역 3년 '미등기양도'보다 높아
"투기성 주택 보유 부담 강화"
당정이 ‘투기성 주택 보유자’로 다주택자와 단기 양도자를 지목하고, 징벌적 과세를 추진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징벌에 해당하는 과세 방안이 여당에서 나왔다.
징벌. “옳지 아니한 일을 하거나 죄를 지은 데 대하여 벌을 줌. 또는 그 벌.” 국어사전 정의다. 현행 세제에 말 그대로 징벌인 과세가 있다. 미등기양도에 적용하는 양도세 70%다.
미등기양도란 법에서 의무화한 등기를 하지 않고 파는 것을 말한다. A에게서 부동산을 산 B가 등기하지 않고 C에게 되파는 것을 말한다. 거래를 감춰 관련 세금(취득세·양도세 등)을 내지 않으려는 것이다. 세금을 줄이는 게 아니라 아예 안 내는 것이어서 악성이다.
1988년 올림픽 후 집값을 비롯해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미등기양도가 극성을 부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988~89년 2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27% 급등했다. 급기야 1990년 9월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이 만들어졌다. 제정 목적이 ‘부동산 투기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허위·부실 등기 신청 행위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거래제한법령을 회피해 나가는 각종 편법·탈법행위를 직접 규제함’이다.
1980년에 벌금 1억원
이 법은 2006년 실거래가 신고 등 부동산 등기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힘이 빠졌지만, 현재도 미등기양도에 같은 벌칙을 유지하고 있다.
양도세는 미등기양도가 처벌 대상이 되기 전부터 일찍이 높은 세율을 적용했다. 1978년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서 미등기양도의 감면제도를 없애고 세율 80%를 도입했다. 1981년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양도세를 완화면서 75%로 낮췄다. 외환위기 뒤 1998년 말 65%로 내려간 뒤 다시 60%까지 떨어졌다가 2003년 말 70%로 올라 지금까지 그대로다. ‘70%’는 범죄에 적용하는 세율인 셈이다.
세율로 보면 2년 이내나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범죄(미등기양도)에 준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셈이다.
세율 30%포인트까지 인상
당정은 이번에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해 다른 세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미 준비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지난해 12·16대책 법안보다 다시 세율 등을 더 강화할지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도세에 비해 다주택자 차등 적용이 덜한 취득세도 손볼지 주목된다. 취득세는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올해부터 4주택부터 4%(기존 1~3%)로 강화됐다. 2~3주택 세율은 1주택과 같다.
조세법률주의
서울 주택 매매·증여 전체 건수 중 증여 비율이 10% 이하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도입한 2017년 이후 10%를 넘어서며 많이 늘었다. 연간 1만건 안팎이던 증여 건수가 2018년 이후 2만건을 넘어섰고 올해도 5월까지 1만건을 초과했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죄형법정주의와 함께 조세법률주의를 택하고 있다. 범죄와 세금은 국회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해 법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세제의 경우 세부 기준이어서 행정부에서 정할 법한 세율도 대통령이나 관계 부처 장관이 정하는 시행령 등이 아니라 법에 명시돼 있다. 죄를 물을 때 엄격하게 하듯 세율을 정부에서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세율은 손쉽게 바꿀 수 있는 전술적 ‘대책’이 아니라 멀리 보고 무겁게 다뤄야 하는 전략적 ‘정책’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