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은 8일 오후 6시쯤 “서울고검장이 현재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 보고하는 방식으로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이후 6일 만에 윤 총장이 답을 내놓은 것이다.
서울고검장 지휘 독립수사본 제안
법무부·대검 협의해 만들었지만
추 “문언대로 지시 안 따라” 거부
윤 총장 감찰·직무정지 가능성
추, 9일 오전까지 답변 최후통첩
윤석열, 이성윤과 함께 지휘 배제
8일 오후 건의안 냈지만 허사
법조계 “추, 거부 이유 설명해야”
윤 총장은 즉답을 내놓지 않고 8일까지 장고해 왔다. 대신 윤 총장 지시로 소집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회의에서 “총장의 지휘감독을 배제하는 내용의 장관 지휘권 발동은 위법 또는 부당하다.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고 법무부에 전달됐다.
하지만 추 장관은 이후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명분과 필요성이 없고 장관 지시에 반한다”(3일), “검사장 여러분들은 흔들리지 말라”(4일), “좌고우면하지 말고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7일) 등의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며 윤 총장을 압박했다. 그는 급기야 8일 오전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릴 테니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최후통첩이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대검 간부들은 하루 종일 회의를 진행하면서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 내용이 30분에서 1시간 단위로 계속해서 바뀌는 등 논의가 매우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이날 오후 6시쯤 윤 총장이 장고를 끝내고 대검을 통해 추 장관에 대한 건의 내용을 발표했다.
윤석열이 지시 100% 안 따르면 타협 없다, 성낸 추미애
김 고검장은 윤 총장의 사법연수원 한 기수 선배다. 그는 대검 과학수사부장을 역임하는 등 이번 사건 해결에 필요한 포렌식 수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합리적인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 내부에서는 묘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추 장관이 거부할 명분이 없는 방안이다. 만약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자신의 지휘를 그대로 따르지 않은 데 대해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윤 총장의 건의에 자신의 지휘 공문에 포함돼 있던 수사자문단 관련 내용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고 한다. 애초 지난 3일로 예정됐었던 자문단 회의는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앞서 검사장 회의에서도 이 부분은 수용 가능하다고 의견을 냈었다. 사실상 윤 총장도 수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추 장관은 명시적인 승복을 원했던 셈이다.
특히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의 윤 총장이 대검을 통해 발표한 건의 내용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기 위해 대검과 법무부 간부진이 물밑 교섭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협의한 안이었다. 다시 말해 윤 총장을 포함해 법무부와 검찰의 주류 의견이 모아져 도출된 협의안인데도 추 장관이 반대했다는 뜻이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대검과 법무부가 협의하고, 검찰총장이 받아들인 건의 내용인데도 추 장관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추 장관은 거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공은 다시 윤 총장에게 넘어왔다. 만일 윤 총장이 9일 오전 10시까지 만족할 만한 답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추 장관은 ‘지시 불이행’을 명분으로 모종의 조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와 직무정지 조치, 구본선 대검 차장의 검찰총장 직무대행 보임 등 초강경 조치를 연쇄적으로 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윤 총장 쪽에서 감찰이나 직무정지의 정당성을 따지고 나설 가능성도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어 보인다. 대검 감찰본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총장 직무정지는 물론이고 총장에 대한 감찰도 전례가 없다. 현실화할 경우 검찰이 수렁으로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수민·나운채·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