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 고위 공무원들은 대체로 "공직자로서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공무원이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에 대해 공무원을 앞세워 일률적으로 주택 처분을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앙부처의 A국장은 "국민들 입장에서 고위 공무원까지 올라간 사람은 혜택을 본 것으로 여긴다"며 "정부가 1주택 위주로 부동산 정책을 펴는데, 고위 공무원이 여러 채 갖고 있으면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 없지 않느냐, 정 총리의 발언에 공감한다"고 했다.
다른 부처의 B국장도 "공직자가 개인 사정에 따라 다주택일 순 있지만,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내놓는게 맞는 것 같다"며 "정부가 어려우면 우리부터 나서야 한다. 저번 재난지원금 때도 절반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C국장도 "지금 부동산 편중 현상이 심각하고 뚜렷한 해법도 없지 않느냐. 고위 공직자가 솔선수범하는 건 공직자의 자세"라고 거들었다.
상당수 공무원들은 "정 총리 발언의 진의를 좀 더 봐야할 것 같다"며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한 부처 공무원은 "어느 직급까지 처분에 나서야 하는지 아직 기준이 알려진 게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거친 반응도 터져나왔다.
중앙부처의 E국장은 "공무원도 국민인데 사유재산을 인정해야 하고, 개인에 따라 사정이 있을 수 있는데, 일률적으로 주택을 처분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F국장도 "직장 때문에 서울과 세종시에 집을 가진 경우, 수도권과 고향에 집을 가진 경우 등 불가피한 2주택자가 있는데, 당장 처분하기 쉽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토로했다.
H국장도 "제도와 정책으로 주택 매각을 유도를 해야지, 무슨 일만 생기면 우격다짐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후진적인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백민정·황수연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