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검언유착’ 네 글자를 모든 의혹을 부정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고 있다. 이번엔 정치인 출신 추미애 장관이 꺼내 들었다. 추 장관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바탕으로 쓴 기사를 '검언유착'으로 몰고 있다. 이에 대해 추 장관 아들의 군 생활에 관해 언론에 제보한 사람들은 "내가 검사가 돼버렸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추 장관, 아들 의혹 보도에 "검언유착 심각"
추 장관이 법사위에 출석해 '검언유착'을 언급한 1일은 마침 본지가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보도한 날이다. 추 장관 발언을 지켜본 본지의 제보자이자 서씨의 군 동료인 A씨는 "졸지에 내가 검사가 돼버렸다. 답답하다”고 황당해 했다. 그는 “예상은 했지만 의혹 당사자가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이런 식으로 답변을 피해간다”고 말했다.
제보자 A씨, "내가 검사냐, 답답할 뿐"
유력 정치인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정확한 해명을 회피한 채 검찰의 언론플레이로 몰아가면 의혹의 본질 자체가 옅어진다. A씨도 “추 장관이 의혹의 핵심인 아들의 휴가 연장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는 걸 듣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정치인들이 불리하다 싶으면 검찰과 유착했다면서 몰아가는 형국"이라며 "안 그래도 검찰 조직이 위축된 상황에서 검찰이 하지도 않은 일을 검찰 탓으로 돌리는 건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