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이 극에 달한 3월 25일, 엥겔라 메르켈(사진 오른쪽) 총리는 문화부 장관인 모니카 그루터스를 대동하고 코로나 위기로 인해 타격을 입은 문화계를 돕기 위해 500억 유로의 예산을 긴급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돈으로 67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다. 전 세계의 문화계가 이를 보도하면서 메르켈 총리의 통 큰 문화정책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됐다. 문화부 장관은 발표에서 메르켈 총리를 대변하여 창조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예술가들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존재라고 덧붙였다. 발표가 난 이후 쾰른 시가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정부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지원서를 작성하여 보냈고 2주 만에 지원금이 입금되었으니 어느 나라든 국가사업에서 이보다 더 간단한 절차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갤러리에서 소개하는 작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창작 지원금 명목의 지원이었지만 독일 정부는 작가들에게 창작에 대한 어떠한 결과물이나 예술 프로젝트 참여나 보고서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불안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고 이럴 때일수록 더욱 창작에 몰두해달라는 진심 어린 격려가 담긴 지원금이었다.
메르켈 정부는 집권 이후 기존의 그 어떤 정부보다도 적극적으로 문화 산업의 진흥을 위해 힘써왔다. 미술 분야는 물론이고 독일이 강세를 보였던 음악이나 문학·공연 분야 등의 투자를 통해 이는 단순한 재정적인 지원이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임을 강조하였다.
메르켈은 정치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2021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16년의 정치 인생을 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문화와 예술로 독일인들의 삶과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주고자 했던 메르켈의 꿈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