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전』은 ‘가훈’을 이렇게 풀었다. 우리 집엔 가훈이 없다. 가훈 정하는 일은 책 한 권 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니까. 먼저 ‘가훈선정위원회’를 만들어야겠지. 가족 모두는 당연직 위원이 되겠지. 따로 외부 위원을 모실지 말지 토론해야겠지. 위원장 선출은 쉽지 않겠지. 가장이 위원장이어야 한다는 비민주적인 발언은 본전도 못 찾겠지. 단어 하나로 가자, 한 문장으로 가자 의견도 분분하겠지. 선정된 가훈을 벽에 걸지, 마음에 새길지 격론도 벌여야겠지. 한 번 가훈을 평생 가훈으로 임명할지, 해마다 새 가훈을 모실지 고민도 해야겠지. 가훈을 어겼을 때 내릴 엄벌도 준비해야겠지. 모두 지치겠지. 다들 지겹겠지. 가훈을 포기하자는 의견이 나오겠지. 그동안의 수고가 아깝다는 반론도 나오겠지. 결국 가훈은 이렇게 정해지겠지. 가훈에 집착하지 말자.
정철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