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계에서 일어난 가혹 행위를 폭로하고 나선 이들은 전 유럽선수권 주니어 챔피언 출신인 캐서린 라이온스(19)와 영연방 국가들만 참가하는 커먼웰스게임 금메달리스트인 리사 메이슨(38)이다. 이들은 6일(현지시간) 영국 ITV 방송에 나와 어릴 때부터 코치로부터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하고 감금 상태에서 억지로 밥을 굶어야 했다고 말했다.
라이온스는 운동을 시작한 7~8세부터 가혹 행위가 시작됐다고 증언했다. 막대기로 맞은 다리엔 늘 멍 자국이 가득했다. 울기라도 하면 울음을 그칠 때까지 벽장에 가뒀다. 체중이 늘자 억지로 음식을 토해내게 했다. 부상으로 국제대회 출전을 포기한 그에게 코치는 오히려 조롱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결국 라이온스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에 평생의 꿈이었던 올림픽 출전도 접어야 했다고 말했다.
엘리트 선수 중에도 이런 피해를 본 경우가 수십 명에 달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체육계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폭로를 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폭로가 넷플릭스 신작 다큐멘터리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Athlete A·2020)’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시간주립대 체조팀과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를 지낸 래리 나사르가 약 30년 동안 수백명의 여자 선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건을 다뤘다. 체조선수들의 '미투선언'에 나사르는 2018년 총 360년 형을 선고 받았다.
선수들의 폭로에 영국 체조계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모든 가혹 행위와 정서적 학대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