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많이 보이더라…테슬라 모델3, 국내 전기차 판매 왕좌

중앙일보

입력 2020.07.07 08:00

수정 2020.07.0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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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국내 출시한 테슬라 보급형 모델, 모델3. 사진 테슬라코리아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EV) 판매 1위는 테슬라 '모델3'가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선보인 모델3은 수년간 상위권을 차지한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단숨에 제치고 왕좌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 공장이 셧다운 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초 업계는 올해 테슬라 판매 대수를 1만여 대로 전망했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2만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모델별 신차 등록 대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신차 등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모델3는 상반기 6839대가 팔렸다. 2위는 현대차 코나(4078대), 3위는 포터2 일렉트릭(3530대)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 1~3위가 코나(7502대)·니로(3809대·기아차)·볼트EV(1649대·쉐보레)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동 폭이 컸다. 2018년 상반기엔 아이오닉(4538대·현대차)·볼트EV(2759대)·코나(1234대)가 각각 1·2·3등을 차지했다. 신차 출시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는 셈이다. 
 
테슬라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요인은 여럿 있다. 첫 번째는 앞선 자율주행 기술로 평가받는 오토파일럿 기능과 전기차 전용 플랫폼 등 혁신의 아이콘이 된 테슬라를 향한 소비자의 애정이다. 또 현대·기아차 등 경쟁 업체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는 점도 요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테슬라가 완성도에 가성비를 갖춘 모델3를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서도 사실상 독주 체제를 갖췄다"며 "보급형 SUV 모델Y가 출시되면 국내 소비자는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테슬라 판매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 소비자는 맹목적인 숭배 층과 컴플레인(불만 고객) 층으로 나뉜다. 아직은 숭배 층이 많지만, 1만대 이상 팔리면 컴플레인 층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오토파일럿 사용 중 사고로 주변 차량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은 테슬라가 갖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했다.
 
상반기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전기차는 2만208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7379대)보다 27% 성장했다. 2018년 상반기 등록 대수(1만1852대)보다 2배가량 늘었다. 
 
테슬라 모델3의 선전에 힘입어 전기차 중 수입차 비중도 껑충 뛰었다. 수입 차는 8745대로 전체의 39.6%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상반기 전기차 중 수입 차 비중은 16.5%였다. 오는 9월 르노삼성이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조에(ZOE)를 출시하면, 하반기 수입차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지난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선보인 EV 콘셉트카 '45' 연합뉴스

현대·기아차는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앞세운 신차 3종으로 테슬라를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프로젝트명은 각각 NE(현대차)·CV(기아차)·JW(제네시스)다. 모두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로 차급과 디자인은 올해 초 르노삼성이 선보인 XM3와 유사하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올해 테슬라의 성장은 그간 응축된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한 측면이 크다"며 "내년엔 현대·기아차 선보일 E-GMP 전기차 3종을 비롯해 글로벌 업체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라 올해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한해 테슬라, 보조금만 2500억원 예상 

업계의 예상대로 올해 테슬라가 전기차 2만대 판매를 달성하면 정부·지자체 보조금은 약 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모델3에 붙는 보조금은 한 대당 1300만~1400만원 수준이다. 올해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는 6만5000대였으나, 코로나19 등으로 공급이 지연되면 4만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2만대 판매를 달성한다면 정부 지원금의 절반을 쓸어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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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