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7일 오후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군용기로 입국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비건 일행은 일반 공항을 이용하지 않고 군용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미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비건 부장관이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다”며 “양국 당국자들을 만나 양자 및 국제 현안에 대한 동맹 간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고,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조율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美국무부 "비건, 7~10일 한·일 방문…북한 FFVD 논의"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오는 8일 카운터파트인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각각 만나 한·미 동맹 현안과 대북 공조 방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방한 직전 임명된 서훈 대통령 안보실장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을 면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초 비건 부장관은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북한은 일찌감치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4일)를 통해 “협상 같은 것을 갖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면 오산”,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뚫고 오는데…오기도 전에 뺨 맞은 비건
그해 말까지도 북측은 미국의 실무협상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12월 한·미 워킹그룹 협의 차 한국을 찾은 비건 부장관은 ‘나 홀로 판문점 방문’을 연출하기도 했다. “얼른 대화를 시작하자”는 대북 메시지로 읽혔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2019년 2월 27~28일)을 앞둔 이듬해 1월에야 비건 부장관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겨우 최 제1부상을 만났지만, 결과는 하노이 회담 결렬로 이어졌다.
작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제안’으로 깜짝 판문점 회동이 이뤄지면서, 방한 중인 비건 부장관이 하루 전날 밤 판문점으로 달려가 북측과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12월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거론하며 위기가 고조되자, 비건 부장관은 방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어떻게 접촉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북측에 회동을 제안하는 공개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당시 북한은 묵묵부답이었고,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번 방한 역시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악재를 만난 데다, 미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어렵사리 방한이 성사됐다고 한다. 미 국무부는 방한 하루 전날에서야 일정을 발표할 정도였다.
북측은 이번에도 비건 부장관을 냉대했다. 최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비건과의 만남을 사전에 퇴짜 놓은 셈이 됐다. 물론 극적인 북·미 접촉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외교가에선 현재로써는 성사되기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북측, 비핵화 언급 금지돼 있어” 토로한 비건
비건 부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 개최 화상 포럼에서도 이 같은 어려움을 재차 토로했다. 그는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 협상 대표팀이 핵무기 관련한 문제를 논의하는 건 대체로 금지돼 있었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