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 자기 소개란에 적어 놓은 문구다. 강직함을 표상으로 삼고 싶어서였던지 추 장관은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25년간 줄곧 강골 여성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다. 정치적 갈등 국면에선 우회로가 아닌 전투를 택했고, 옳다고 믿는 일을 추진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에게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생긴 이유다. 추 장관의 한 측근은 “여성 정치인 중 드물게 전투에 최적화된 스타일”이라며 “특히 자신의 권위나 권한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괴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그런데 최근 민주당 내에서 다소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추 장관의 공세적 행보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추 장관이 지난 3일 윤 총장에 대해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지휘권을 발동한 이후 민주당 내에선 자중론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국회 법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추 장관이 맡은 과제는 ‘검찰 개혁’이지 ‘윤석열 쳐내기’가 아니다. 윤 총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수록 사안 자체가 괜한 정치 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민주당 한 의원은 “검찰이라는 괴물과 싸우다 추 장관마저 괴물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윤석열 사퇴=검찰 개혁’이라는 강박을 벗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릴수록 살아나는 윤석열
민주당 입장에선 한 정부 내 인사인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대립구도가 집권당 악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심거리다. 지난 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총장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3%로 추 장관에 비해 3%p 높게 나타났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추 장관이 연일 핏대를 세우고 과격한 표현으로 윤 총장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과하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 같다”며 “전략과 전술을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연일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지난달 27일 “장관의 정치적 야망 탓으로 돌리거나 장관이 저급하다는 식의 물타기”라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 한 인사는 “추 장관이 윤 총장과의 갈등 국면을 활용해 사실상 자기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