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의 이 말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는 데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다.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를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5일 49만명이 동의했다. 경찰은 강력팀까지 수사에 투입해 택시기사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
업무방해·살인·응급의료법
살인죄 적용에 있어서 쟁점은 A씨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지연된 이송시간과 환자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다.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란 자신의 행위로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면서도 그대로 행위를 한 경우를 말한다.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려면 A씨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사망이란 결과가 발생해도 이를 감수할 의사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사건 당시 A씨는 “죽으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급차 문을 열고 환자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윤형덕 변호사(법무법인 율성)는 “환자가 실제로 타고 있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도 ‘책임지겠다’고 말을 한 만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A씨가 무심코 뱉은 말이라고 부인하더라도 사건 전후 사정을 따져 수사기관이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충격…출혈로 사망"
다만 사건 당시 환자가 타고 있던 사설 구급차에 응급의료종사자가 탑승하고 있지 않아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의사 출신 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LF)는 “응급의료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 사건에도 응급의료 방해 혐의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법은 국민이 응급 상황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