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감독이 욕을 안 하면 ‘오늘 뭐 잘 못 먹었나?’ 싶을 정도로 폭언은 일상이었죠. 여러 번 맞기도 했어요.”
지난 2012~2015년 경주시청 철인 3종경기(트라이애슬론)팀에 몸을 담았던 A선수의 말이다. 지난 26일 철인 3종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최 선수의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에게 과거 폭언·폭행을 당했다는 추가 진술이 나오고 있다.
“주먹으로 가슴 가격해 물에 빠뜨려”
A선수는 “숨을 못 쉬고 앉아있지 못할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며 “갈비뼈 골절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훈련을 강행시켰다”고 했다. 그는 “고통이 심해 평소처럼 움직이지 못하자 오히려 ‘왜 제대로 훈련 안 하냐’며 폭언을 퍼부었다”고 회상했다. 폭행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2015년 감독은 숙소 청소를 안 했다는 이유로 모든 선수가 보는 앞에서 이 선수의 가슴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한다. 그는 “이 감독이 또 다른 선수에게 수영장에서 의자를 던지는 모습도 봤다”고 전했다.
“의문의 팀닥터, 매달 100만원씩 납부”
A씨는 “팀닥터는 감독과 굉장히 사이가 돈독해 보였고, 의사가 아닌 물리치료사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주시청 관계자도 “철인3종경기 경주시청팀에 정식 팀닥터는 없고 그 명목으로 배정된 예산도 없다”고 말했다. 팀닥터는 숨진 최 선수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정식 팀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계위원회 대상에서도 제외된 상태다.
“어린 선수들에게 일종의 ‘가스라이팅’”
그는 “실업팀에 오는 선수들은 대부분 20살 정도로 너무 어려 이런 문화가 당연한 줄 아는 경우가 많다”며 “일종의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가하는 정서적 학대)’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실업팀 소속 선수들은 앞으로 운동생활을 하는데 보복을 당할까 봐 피해 사실을 말하기도 꺼린다”고 했다.
“죄책감 느껴…고소 함께 할 의사 있어”
그는 “언론보도를 보고 팀 내 가혹 행위가 내가 알던 것보다 심하다는 걸 알았다”며 “피해 사실에 대해 진술하고, 함께 고소에 참여할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피해를 당하고 말하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이 더 많이 있을 텐데 함께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경주시체육회는 2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해당 감독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가해자로 함께 지목된 선수 2명은 폭행·폭언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해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감독은 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폭언·폭행을 한 적 없다.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선수 한명 역시 “폭언·폭행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