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스포츠전문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된다. ESPN은 매일 1경기를 골라 중계하면서 매주 KBO 파워랭킹을 통해 한국 야구를 소개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 팬들도 생소하기 짝이 없는 한국의 프로야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가 열리지 않는 상태에서 야구에 대한 미국팬들의 갈증을 달래줄 수 있는 대안으로 KBO리그가 떠오른 것이다. 미국 시각으로 새벽에 열리는 데도 시청률이 평소 메이저리그 중계의 30% 정도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프로야구는 코로나 시대 히트상품
다음주 경기장에 관중 입장 허용
내실 다지면서 국제화 서둘러야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 높은 한국 구단은 NC 다이노스다. 노스캐롤라이나(NC)와 영문표기가 같다는 점에 친숙함을 느낀 미국팬들이 NC를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미국팬들은 또 메이저리그와 한국 KBO리그의 장단점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한국 야구 예찬론을 늘어놓는다. 메이저리그가 ‘오페라’라면 한국의 KBO리그는 ‘로큰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야구가 우아함과 고상함을 추구한다면 한국 야구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역동적이란 뜻이다. ESPN은 “한국의 야구장은 BTS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고 소개했다.
야구를 중계하는 첨단 기술도 화제다. KBO리그를 중계하는 카메라는 여러 각도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뒤쫓는다. 드론을 띄워서 투수의 투구 동작을 촬영하는가 하면 홈플레이트를 향해 슬라이딩하는 주자의 움직임을 4D 기술로 잡아낸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판타지 게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압도적인 영상미가 전 세계 야구팬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해외 팬들의 찬사에 취해있을 수만은 없다. 코로나는 역설적으로 KBO리그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은 메이저리그에 한참 못 미친다. 선수층이 얇은 탓에 종종 핸드볼 스코어가 속출한다.
수익 측면에서도 여전히 취약하다. 특히 무관중 경기를 벌였던 올해는 입장수입이 0이 되면서 대부분의 구단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구단은 당장 구단 직원들의 월급도 지급하지 못할 형편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한국 구단의 유니폼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 팬이 늘어나는데도 정작 해외에서 구매하기는 어렵다. KBO리그의 국제화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셈이다.
어려움을 딛고 프로야구 경기장에 관중 입장이 허용된다. 이르면 다음 주쯤이면 야구장에서 경기를 직접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객석의 30%만 관중이 입장할 수 있고, 응원가를 부를 수도 없다. 마스크를 써야 하고, 음식을 먹을 수도 없지만, 코로나 시대에 직관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갑다. 불편하더라도 코로나 방역 에티켓을 지키고, 옆 사람과의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경기를 즐기는 성숙한 관전 태도가 요구된다.
코로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단기간에 박멸할 수 없다면 코로나를 피하면서 함께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 경기장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정제원 스포츠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