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헤더 없는 7·8월, 비 걱정 덜었지만…

중앙일보

입력 2020.07.0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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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뒤 그라운드에 방수포를 덮고 있는 잠실구장 관리요원들. 혹서기인 7, 8월에는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를 곧바로 이어서 더블헤더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연합뉴스]

7월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야구장을 덮쳐온다. 선수들이 체력 부담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시기다. 올해는 다르다. 다들 7월을 반긴다. 부담이던 더블헤더와 서스펜디드 게임이 8월까지 중단돼서다.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가 첫 수혜자다. 두 팀은 6월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광주 경기가 폭우로 취소돼 휴식했다. 하루만 빨랐어도 꼼짝없이 다음날 더블헤더를 할 뻔했다. 그런데 우천취소 다음 날인 1일이 ‘더블헤더 없는’ 7월 첫날이라 뜻밖의 행운을 누렸다. 한화 관계자는 “비가 오면 매번 더블헤더를 먼저 걱정하던 선수들이, 이날은 마음 편히 우천취소를 기다렸다”고 귀띔했다.

선수 루틴 무너뜨리는 더블헤더
미루면 9·10월에 몰아서 해야돼

하루 두 경기에서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하는 감독들도 스트레스를 덜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더블헤더는 늘 부담스럽다. 그동안은 매일 일기예보를 보며 비가 언제 오는지 신경 썼다. 7, 8월이 더워서 힘들긴 해도 더블헤더가 없어 팀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KBO 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5월 5일 개막했다. 144경기를 모두 치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3연전 첫 두 경기 우천취소 시 다음날 더블헤더를 진행했다. 5회 이전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면, 그 상황에서 다음날 이어 하는 서스펜디드 게임도 일시적으로 도입했다.
 
더블헤더 당일에는 1군 선수 한 명을 추가 등록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수도권 구단의 한 트레이닝 코치는 “사실상 24시간 사이에 세 경기를 치르는 셈이다. 적절한 간격을 두고 회복해야 하는 선수들 루틴이 많이 흐트러진다”고 걱정했다.


이런 루틴의 변화는 실제로 올 시즌 부상 선수가 많이 나온 원인으로 꼽힌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야구 선수는 습관으로 이루어진 존재다. 더블헤더처럼 불규칙하고 부담 많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루틴이 깨지니 평소보다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물론 혹서기 우천취소는 ‘조삼모사’다. 이 시기에 못한 경기는 9, 10월에 몰아서 한다. 지난달 30일 KIA-한화전도 10월 7일 더블헤더로 편성됐다.
 
다만, 9, 10월에는 5, 6월보다 선수 5명을 더 활용할 수 있다. 매년 퓨처스리그 종료 후 시행했던 확대 엔트리를 올 시즌은 2연전 체제가 시작되는 날로 앞당겼다. 다음 달 18일부터 1군 엔트리가 28명에서 33명으로 늘어난다. 똑같이 하루 두 경기를 해도, 가용 자원이 많으면 부담이 줄어든다. 선수층이 두껍거나,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크지 않은 팀, 불펜이 강한 팀에게는 특히 희소식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