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죽은 뇌세포 청소한다? 영상으로 본 '뇌 미화원' 림프절

중앙일보

입력 2020.07.01 17:24

수정 2020.07.0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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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연구원들은 쥐의 뇌 세포가 죽었을 때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이미지화 하는데 성공했다. [사진 예일대]



“만약 뉴욕시에서 길거리 쓰레기 수거를 중단한다면 우리는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들 것입니다. 사방에 파편이 널려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에이예미시 다미사, 예일대 의대 교수)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처럼 사람의 몸에도 노폐물을 스스로 청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몸의 주요한 대사 통로인 림프,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림프절은 노폐물을 배출하는 일종의 하수구 역할을 한다. 2017년 뇌에도 림프관이 있어 노폐물을 뇌 밖으로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신경질환및뇌졸중연구소(NINDS)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해 림프관이 뇌에도 존재해 노폐물을 자가 정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일대 연구원, 단일 뉴런 수준에서 촬영한 영상 첫 공개

최근 과학자들은 뇌의 ‘폐기물 처리 시스템’의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달 26일 에이예미시 다미사 교수 등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죽은 뉴런과 신경아교세포(glial cell)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뇌에서 죽은 세포 등을 처리하는지에 대한 쥐 실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들은 뇌가 죽은 세포 등을 제거하는 것을 쓰레기 수거에 비유했다. 환경미화처럼, 뇌도 효율적인 쓰레기 처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주목한건 신경아교세포였다. 이들은 형광 마커를 통해 쥐의 뇌 안에서 신경아교세포가 죽은 세포를 제거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신경아교세포가 뉴런 몸체와 주요 가지를 집어 삼키는 모습이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이 살아있는 포유류의 뇌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 발견된 흥미로운 부분은 나이든 쥐의 뇌가 죽은 신경 세포를 제거하는데 덜 효율적이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적어도 두 배 이상의 시간차가 있었다고 밝혔다. 제이미 그루첸들러 예일대 박사는 뇌 노화에 대한 관찰이 신경 퇴행과 뇌의 기능저하의 매커니즘을 밝히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루첸들러 박사는 “죽거나 감염된 세포들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다면 신경계를 손상시킬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뇌 질환 연구에 실마리 될 수 있을 것"

뇌 림프관은 퇴행성 뇌신경질환인 알츠하이머병과도 관련이 깊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뇌에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과다 축적된다. 나이가 들수록 림프관의 배출 기능이 떨어져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번 연구가 인간의 뇌를 대상으로 한 실험은 아니지만, 뇌 발달과 부상, 신경 퇴행 등과 관련한 다른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다미사 교수는 “이 과정을 이해하면 머리 외상부터 뇌졸중, 기타 질환에 이르기까지 손상을 입은 뇌와 관련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루첸들러 박사도 “죽어가는 세포를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노화와 관련된 신경퇴행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