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에 소비·서비스 생산 '기지개'
30일 통계청이 내놓은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4월보다 4.6%(110.4→115.5) 올랐다. 4월(5.3%)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전년 동월 대비로 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국내에 상륙한 2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통계청 5월 산업활동동향]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과 억눌린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보복 소비' 영향이 컸다. 5월 소비만 놓고 보면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깜짝 회복한 셈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동향심의관은 “생활방역 전환, 재난지원금 지원 등 정책 효과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차량 구매 시 내야 하는 개별소비세 할인 등 영향으로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13.9%) 판매가 크게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자 그간 타격이 컸던 서비스업종도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 분야가 전월보다 3.7%, 숙박·음식점업이 14.4%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2.3% 증가세를 보였다. 4월(0.5% 증가)에 비해 회복세가 확대하는 모습이다.
소비만으론 '역부족'…제조업 재고, 21년만 최고
특히 경기 상황에 민감한 제조업 재고율이 128.6%로 치솟으며 외환위기 영향권이었던 1998년 8월 이후 2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산업활동 전반이 부진하며 출하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3.6%로 11년 4개월 만에 최저치였고, 제조업 출하지수(계절조정)는 90으로 2010년 3월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역대 최장(最長) 경기 수축 국면
이에 따라 경기 사이클은 역대 가장 긴 하강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2017년 9월을 정점으로 32개월째 수축 국면에 머물고 있다. 이는 종전 최장 기간인 29개월(1996년 3월~1998년 8월)보다 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의 특성상 내수가 살아나더라도 수출 악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19 장기화에 대비해 현금 보유 비율이 낮은 기업과 취약계층부터 선별 지원하면서 대응 여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일시적으로 회복했지만, 경기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도·소매 등 취약 업종의 경우 내년 최저임금 인상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