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하루 확진자는 지난 25일(현지시간) 4만212명으로, 처음 4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6일 4만7341명, 27일 4만3581명을 기록했다.
남부 선벨트 중심 코로나 2차유행
“경제 재개 섣불렀다” 뒤늦게 후회
다시 해변 닫고, 술집 영업 등 금지
전 세계 반년 새 환자 1000만 돌파
축소한다던 백악관 방역 되레 강화
트럼프, 카메라 없으면 마스크 껴
폴란드 대통령도 검사 뒤에 만나
텍사스·플로리다는 지난 16일 술집 실내영업을 다시 금지하는 봉쇄조치를 재개했다. 플로리다 남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독립기념절인 7월 4일 연휴 동안 주요 해변을 폐쇄하기로 했다. 지난 5월 31일(현충일) 연휴를 기점으로 미 전역에서 해수욕장과 수영장에 행락객이 몰리며 2차 유행을 촉발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선벨트 지역의 2차 급증은 코로나19가 강한 햇볕과 높은 온도에서도 쉽게 자연적으로 가라앉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26일 다우존스지수 -2.84% 급락도 시장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두 달 만에 재개된 백악관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신규 감염자의 거의 절반이 35세 이하”라며 “청년층·무증상자가 확산을 주도하는 환경에선 고전적 방식의 식별·격리와 경로 추적이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전날까지 강행하려 했던 다음 주 애리조나·플로리다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대신 이들 주를 방문해 주지사와 보건 담당 관리들과 만나 2차 유행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남부 선벨트가 새 진앙으로 떠오르면서 뉴욕·뉴저지·코네티컷 3개 주는 다른 주에서 온 방문객을 2주간 강제 격리 조치하고 위반 땐 2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코로나19의 2차 유행으로 겉으로는 센 척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감염 공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트럼프 코로나 걸릴라’ 방문지 욕실까지 박박 문질러 소독
트럼프는 코로나19 종식을 낙관하며 “방역보다는 경제 재개”를 주장하지만, 저서 『부자 되는 법』에서 “세균에 대한 병적인 공포(germphobe)가 있다”고 밝힐 정도로 감염병을 두려워한다.
27일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백악관의 코로나 방역조치를 대폭 강화했다. 환자가 급증하는 지역을 방문하기 전에 백악관 경호팀과 의료팀이 출입 예정 장소를 모두 점검하도록 했다. 욕실은 사용 전 소독제로 박박 문질러 닦아놓도록 했다.
트럼프는 백악관 참모진까지 코로나에 감염되는 상황에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는 ‘코로나 공포’에 시달리고 있지만, 겉으로는 방역에 무심한 척 애쓰고 있다. 트럼프는 이달 들어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며 경제 재개를 수차례 천명했다. 미 경제가 코로나 침체를 하루빨리 극복해야 재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보다 더 건강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에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참석한 바이든을 조롱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마스크를 열심히 착용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자동차업체 포드의 미시간주 공장을 방문했을 때 마스크를 썼지만, 이를 언론에 보여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에서 ‘우한 폐렴’으로 공식 발표되면서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 감염자가 6개월 만에 1000만 명을 웃돌았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7일 기준 누계 확진자는 1008만7553명에 달했다. 사망자도 50만 명을 웃돌았다. 최근 브라질·페루·칠레·멕시코 등 중남미와 인도·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코로나19가 급증하며 2차 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정유진·석경민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