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꺼지면 마스크 쓴다…센 척 했던 트럼프 '코로나 공포'

중앙일보

입력 2020.06.28 15:46

수정 2020.06.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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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백악관 경내를 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같은 날 마스크를 쓰고 메모리얼 데이 헌화에 나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찍으며 27일(현지시간) 기준 250만명을 넘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상황이 이런데도 코로나 종식을 낙관하며 "방역보다는 경제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악수 혐오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저서 『부자 되는 법』에서 “세균에 대한 병적인 공포(germphobe)가 있다”고 밝힐 정도 전염성 질병을 두려워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겉으로는 '센 척'을 했던 트럼프가 코로나 감염 공포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백악관의 코로나 방역 조치를 대폭 확대했다. 환자가 급증하는 지역을 방문하기 전에 백악관 경호팀과 의료팀이 자신이 출입할 예정인 모든 장소를 점검하도록 했다. 욕실은 사용 전에 소독제로 박박 문질러 닦아놓도록 했다.  
 
최근 백악관이 언론에는 "대통령 집무실 출입자를 대상으로 한 마스크 착용과 발열 검사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미국의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쇼'였다.


대통령 보좌진들은 여전히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외부인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백악관을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포함한 폴란드 방문단 전원도 코로나 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검정색 마스크를 쓴 채 포드 자동차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은미 NBC 방송이 같은 날 공개했다. [NBC 캡처]

 
트럼프는 백악관 참모진들까지 코로나에 감염되는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보좌진인 케이티 밀러 대변인과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의 개인 비서도 양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백악관 경제 고위 관료가 최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해당 관료는 최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행사에 트럼프의 지근거리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는 '코로나 공포'에 시달리고 있지만, 겉으로는 방역에 무심한 척 애쓰고 있다. 트럼프는 이달 들어 코로나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며 경제 재개를 수차례 천명했다. 미 경제가 코로나 침체를 하루빨리 극복해야 재선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측은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州) 털사 유세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는 스티커를 제거했다. “여기 앉지 마세요(Do Not Sit Here, Please!)”라고 적힌 스티커를 유세 직전에 일일이 떼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행사장을 관리한 업체 관계자는 현지 언론을 통해 “트럼프 캠프 측은 행사장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어떤 표시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제거 이유를 밝혔다.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보다 자신이 더 건강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에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참석한 바이든을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마스크를 쓴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롱한 브릿 흄 폭스뉴스 정치분석가의 트윗을 리트윗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마스크를 쓴 채 질문하자 "잘 들리지 않는다"며 마스크를 벗고 질문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후 기자가 "목소리를 크게 내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싶군요"라고 대꾸했다. [백악관 유튜브]

 
하지만 정작 자신도 기자들의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마스크를 열심히 착용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자동차업체 포드의 미시간주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마스크를 썼지만 이를 언론에 보여주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정유진·석경민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