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니 뱃속에서 무언가가 작은 손을 밖으로 뻗고 있습니다.
[애니띵] 호주 새끼 웜뱃의 기적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땅속에 사는 가장 큰 동물, 웜뱃
땅속에 깊은 굴을 짓고 사는 습성이 있어 땅굴 개발업자라는 별명이 붙었죠.
얼마 전 호주에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덮쳤을 때 웜뱃은 영웅 대접을 받기도 했는데요. 산불에 쫓긴 작은 동물들이 웜뱃의 굴을 피난처 삼아 목숨을 구했다는 이유에서죠.
그런데 알고 보면 웜뱃은 덩치에 비해 약한 동물입니다. 진드기로 인해 아주 고통스러운 피부병에 걸려 죽는 경우가 많고요. 한국의 고라니처럼 로드킬에 가장 많이 희생되는 동물 중 하나죠.
예전엔 호주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동물이었지만, 이제 수가 점점 줄어서 국제적으로도 ‘관심이 필요한 종’으로 분류돼 있어요.
죽은 어미 웜뱃 주머니서 새끼 구조
야생동물 구조 전문가인 존 크레이튼은 신고를 받고 동료와 함께 현장에 출동했어요. 그리고는 죽은 웜뱃의 상태를 살피다가 배에 있는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삐져나온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요.
차가운 도로서 6시간이나…9일 만에 하늘나라로
그래서 구조된 새끼 웜뱃은 어떻게 됐냐고요?
웜뱃 구조단체는 구조 당시 144g밖에 안 됐던 그 새끼를 정성껏 돌봤는데요. 안타깝게도 차가운 도로에서 너무 오래 있었던 탓에 너무 쇠약해져 있었죠. 결국 구조된 지 9일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어요.
존 크레이튼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조그마한 새끼 웜뱃은 갓길에서 차가운 아침에 6시간 동안 구조를 기다리면서 서서히 얼어 죽고 있었다”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생명과 사투에서 지고 말았다”고 밝혔습니다.
“지나치지 말고 주머니를 확인하세요”
다행히 일찍 발견된 덕에 이 새끼 웜뱃은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로드킬을 당한 웜뱃을 발견했을 때 꼭 주머니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죠.
“작은 웜뱃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친구, 가족 또는 더 많은 사람에게 ‘멈추고 주머니를 확인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겁니다.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걸요.” - 존 크레이튼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김지혜 리서처
영상=왕준열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습니다. 인간이 그렇듯, 지구상 모든 생물도 그들의 스토리가 있죠. 동물을 사랑하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만든 ‘애니띵’은 동물과 자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