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검사는 양날의 검이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미국 코로나19 확산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답이다. 확진자 수가 급증한 것은 그만큼 미국이 진단검사를 많이 한 탓이라는 얘기다. 이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팩트체커들이 나섰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그는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지금처럼) 진단검사를 하면 더 많은 확진자를 찾아내게 된다"며 "그래서 내가 제발 진단검사를 줄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단검사를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유세서 "진단 검사는 양날의 검"
"사망자 수 준 건 언론이 보도 안 해"
NYT· 팩트체크오알지 등 팩트체크
"모두 사실과 거리있는 주장"
하지만 이 주장을 따져 본 뉴욕타임스(NYT)와 팩트체크오알지(Factcheck.org) 등 현지 팩트체커들은 다른 결과를 내놨다. 모두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반박이다.
◇코로나 검사는 '양날의 검'?
NYT는 우선 다른 나라 사례를 비교했다. 그간 미국에선 2600만 건 이상 검사를 했는데 이 중 220만 명 정도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국 다음으로 확진자 수가 많은 곳이 브라질(약 120만 명)인데 여기선 검사 건수가 240만 건에 불과하다. 반면 러시아는 1670만 건을 검사했는데 확진자 수는 57만 명 정도다. 검사 건수와 확진자 수가 비례하지는 않고, 나라마다 사정도 크게 다르다는 의미다.
이때문에 팩트체크오알지는 확진자 '숫자' 보다 테스트 후 양성으로 판정받는 '비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 말까지만 해도 미국 전체의 양성률은 평균 5%를 밑돌았다. 하지만 COVID 추적프로젝트에 따르면 6월 24일 현재 이 비율이 7.5%까지 올라갔다. 최근 확진자 수가 급증한 애리조나 주의 경우 5월 중순 7% 정도였던 양성률이 최근 23%까지 치솟았다(존스홉킨스대 조사).
애리조나대의 감염병 학자인 캐서린 엘링슨은 "지금 과하게 검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이런 양성률을 보면) 오히려 검사 능력이 전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망자 수 줄었으니 안정세?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감소세라는 말 자체는 사실이다. COVID추적 프로젝트에 따르면 일주일 평균으로 하루 약 2000명이 숨졌던 4월 중순보다 현재는 600명 이하로 많이 줄었다.
하지만 문제는 사망자 숫자가 확진자 숫자에 후행한다는 점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23일 청문회에서 사망자 숫자만 보고 안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이 최악의 상황이었을 때 사망자 수는 계속 오르는데도 확진자 수는 오히려 준 적이 있었다"며 "확진자 수가 줄더라도 사망자 수는 이보다 몇 주 후에 따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 급증하고 있는 확진자 수를 잡지 못하면 몇 주 후에는 사망자 수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팩트체크오알지는 하버드 공공보건대학이 윌리엄 해니지 교수의 말을 빌려 "당장 2주 뒤에 상황이 안 좋아질 수 있는 만큼 보건 당국은 사망자 숫자를 계속 잘 지켜보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