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25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 법무부장관의 지시를 어기고, 검찰 내부 규정을 취지에 맞지 않게 해석하며 이른바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채널A 기자ㆍ검사장 강요 미수 의혹’과 ‘한명숙 재판 위증 의혹’ 모두 윤 총장의 측근 또는 현직 검사들이 연루돼 있다.
정말 윤 총장이 기존 절차를 어겨가며 이례적 판단을 하고 있는걸까. 25일 중앙일보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에 대한 검사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감찰→인권부로 간 한명숙 사건, 이례적?
대검은 윤 총장이 한 전 총리 사건을 인권부에 배당한 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인권감독관 업무 운영 지침’에 따르면 검찰 업무 종사자에 대한 진정 사건도 인권감독관이 관할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대검 인권부가 신설된 이후 올해까지 검찰 업무 처리 과정에 대한 진정 사건 300여건이 접수됐는데, 이중 16건은 처음 진정이 접수된 감찰부에서 인권부로 소관이 바뀌어서 처리됐다. 한 전 총리 사건만 이례적인 게 아니라는 의미다.
"秋의 감찰 사유화" vs "尹의 한동수 패싱"
반면 다른 검사는 윤 총장에 대해 “통상 이런 사건은 감찰부에서 맡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걸 알면서 굳이 인권부로 재배당한 것도 정치적 행동”라며 “윤 총장 본인과 대립하는 인사를 ‘패싱’하는 짓을 공공연히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팀이 회의 보이콧"
그러자 윤 총장이 한 검사장을 감싸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19일 대검 부장검사들이 회의를 열어 자문단 소집 여부를 논의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데, 윤 총장이 성급하게 소집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검 설명은 다르다. 당시 부장회의에서 대검 간부들이 수사팀과 견해 차이를 좁힐 기회가 있었는데도, 수사팀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보이콧’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회의에선 대검 지휘부인 박영진 형사1과장과 수사팀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각각 브리핑을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팀은 회의에 불참했다.
"굳이 의견충돌 상황 만들어…자문단 소집 상황인 것"
대검은 자문단 소집이 부장회의 의결 없이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당시 5명의 부장회의에서도 ‘결국에는 자문단 회부로 가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고 한다. 자문단이 총장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 지적에 대해서도 한 검사는 “이는 학식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에 대한 모욕”이라며 “자문단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이 사건 이전에는 제기되지도 않았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채널A 기자로부터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는 이날 다른 외부 자문 기구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