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북한을 향해 다시 한번 화해·협력의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은 “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와 새로운 70년을 열어갈 후세들 모두에게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반드시 이뤄야 할 책무이자 8000만 겨레 모두의 숙원”이라며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을 말하려면 먼저 평화를 이뤄야 하고, 평화가 오래 이어진 후에야 비로소 통일의 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남과 북은 긴 세월 냉전의 최전방에서 맞서며 국력을 소모해야만 했다”며 “우리 민족이 전쟁의 아픔을 겪는 동안, 오히려 전쟁특수를 누린 나라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이전과 다른 형식과 메시지들이 있었다. 미국의 전쟁포로 및 유해발굴 감시국(DPAA)에서 확인된 147구의 국군 참전용사 유해가 봉환됐다. 참전용사의 유해는 공군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 편으로 하와이를 떠나 전날 한국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시작과 동시에 이들을 직접 맞이했다. 이날 행사의 주제도 ‘영웅에 경례(Salute to the Heroes)’였다.
또 유엔 참전국 22개국 정상들이 메시지 영상을 사전에 보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녹화한 영상에서 “공산주의를 막아내기 위해 용감하게 싸운 모든 분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유엔 참전국을 비롯해 많은 도움을 준 분들께 우리가 합심해 이룬 성과는 실로 대단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이와는 별도로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를 찾아 이수혁 주미대사와 함께 처음으로 헌화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6·25 행사 최초로 일몰 후에 진행됐는데 청와대 관계자는 “고령층 참석자의 안전을 고려했다. 국가보훈처는 이번 행사의 장소와 시간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6·25 참전 유공자회, 재일 학도의용군동지회 등 관련 보훈단체에 사전 설명했고, 의견 청취를 했다”고 말했다. 조국에 돌아온 호국 영령들을 기리는 내용의 영상이 유해를 모셔온 비행기 동체에 직접 상영되는 ‘미디어 파사드’는 최근 복귀한 탁현민 의전비서관의 복귀작으로 알려졌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