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는 2009년부터 평소 알고 지내던 화가 송모씨에게 1점당 10만원 정도 돈을 주고 그림을 그리게 했다. 주로 조씨의 기존 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그려오라고 하거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주고 송씨 임의대로 그려오게 하는 방식이었다. 조씨는 이런 방식으로 송씨 등에게 2016년 3월까지 200점 이상의 그림을 건네받아 미세한 덧칠과 서명을 추가해 판매했다. 그림 중에는 1점당 1000만원이 넘는 금액에 팔린 것도 있었다.
1심 유죄→2심 무죄, 2년여 만에 나온 최종 결론은
반면 2심은 조씨에게는 죄가 없다고 봤다. 송씨 등은 이 사건에서 기술적인 보조자일뿐이고 조씨가 아이디어 제공부터 색칠 및 그림 완성까지 홀로 했다는 '친작(親作)' 여부가 구매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실제 구매자들이 조씨의 그림을 구매한 동기는 다양했고, 조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2심 법원은 “작품 구매자들은 그림의 진품 여부는 일반적으로 확인하고자 하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작가가 그렸는지 여부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중요도가 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미술 작품 가치평가, ‘사법자제 원칙’ 지켜야”
또한 대법원은 조씨가 그림 구매자들에게 조수가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미술 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의 “조수를 이용하는 제작 방식이 미술계 관행에 해당하는지, 일반인이 이를 용인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은 법률적 판단의 범주가 아니다”라는 판단의 연장 선상이다. 지난달 28일 공개변론에서 김선수 대법관도 “작품에 조수를 사용했냐 여부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면 어디까지가 적법한 조수 사용이고 어느 선을 넘으면 위법한 대작 화가가 되느냐”고 조씨를 기소한 검찰에 묻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대법원에서 구별 기준을 판단해주리라 믿고 있다”고 답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