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극동 사하(야쿠티야) 공화국의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최근 섭씨 40도 가까이 치솟았다. 사하공화국 기상 당국은 “베르호얀스크 기상관측소가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 지역의 기온이 38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1885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라고 기상 당국은 설명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9.7도를 기록했다.
다음 날 낮 최고 기온도 34.2도로, 전날보다는 낮았지만, 여전히 예년 평균기온을 14도 이상 웃돌았다.
산불에 기름유출 사고까지
러시아 연방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을 기준으로 사하공화국의 산림지역에서 8건, 부랴티야 공화국 7건, 마가단주 9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위성에서도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관찰됐다.
“뜨거운 시베리아, 국내 폭염 부채질”
특히 올해 들어 시베리아 지역은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과학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CCS)에 따르면 북극권의 올해 봄철 평균 기온은 예년보다 10도 이상 높았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작년 말부터 올해 봄철까지 북극 지역을 감싸고 도는 바람인 제트기류가 굉장히 세다 보니까 북극의 찬 공기가 북극에 갇혀 있었다”며 “이로 인해 시베리아를 비롯해 영구동토층 지역이 얼지 않았고, 온도상승을 억제할 냉기가 없다 보니 여름이 돼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시베리아 지역의 이상고온 현상이 올여름 국내 폭염의 강도를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폭염이 심했던 해에는 몽골과 시베리아 지역의 고온 현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시베리아와 몽골 지역에 고온현상이 지속되면 그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 정체가 심하게 나타난다”며 “우리나라는 이동성 고·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비를 뿌려야 땅이 식는데 그런 활동이 약화되고 일사도 강해져 더 고온건조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