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법안을 내용만 다르게 해서 한꺼번에 무더기로 발의하는 것을 두고 국회 한 관계자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공동발의 요청을 받았거나 의안정보시스템으로 이 같은 발의 행태를 확인한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모두 모아 하나의 법안으로 발의해도 법안 심의 과정에서는 사안에 따라 나누기도 하고 병합하기도 하는데, 왜 저렇게 발의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밖에도 민주당에선 24일 현재 이인영(공직선거법)·윤후덕(주택임대차보호법)·김영호(정부조직법)·서삼석(정부조직법)·송옥주(근로기준법)·신동근(국회법)·정춘숙(가정폭력처벌특례법)·김원이(의료법)·김홍걸(남북교류협력법)·이정문(의료법) 의원 등이 같은 이름의 법안을 내용만 달리해 2개로 나눠서 발의했다.
이 같은 ‘쪼개기 발의’에 대해 정치권에선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법이나 규칙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다분히 실적 쌓기용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런 게 ‘일하는 국회’의 모습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드물지만 임기 초반에 볼 수 있는 현상”(민주당 소속 보좌관)이란 반론도 있다. 지난 임기 4년에 걸쳐 사안별로 발의했으나 임기가 만료돼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을 다시 발의하는 경우다. 이 경우 이름이 같은 다수의 법안을 합쳐서 다시 만들어달라고 법제실에 의뢰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일괄 발의하는 게 효율성 면에선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쪼개서 낸 게 아니라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다가 폐기된 것을 21대 국회에서 책임지고 처리하겠다는 취지”라며 “뭉쳐서 하나의 법안으로 내면 각각의 개정안이 갖는 입법 취지가 흐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상임위의 전문위원이 작성하는 검토보고서도 경우에 따라 비슷한 입법 취지를 가진 법안을 묶는다. 법 기술적, 정책적, 정치적 행위가 다 포함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선거법 개정안(최다 득표자 2인 이상일 때 연장자순이 아닌 추첨으로 당선인을 결정토록 하는 내용)을 준비 중인데, 공동발의 요건을 채우기 힘들어 발의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 의원은 지난 22일 이 같은 선거법 3건과 국회법 개정안(국회직 선출시 연장자 우대 삭제)을 묶어 ‘청년정치 4법’ 발의를 예고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