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2채, 내년엔 1억…법인 아파트 쇼핑에 날아온 '세금 폭탄'

중앙일보

입력 2020.06.24 07:00

수정 2020.06.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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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이슈가 있는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선수 숙소로 사용된 뒤 일반인에게 분양됐다. 법인 명의로 이 단지를 구입한 경우 내년 6월부터 보유세 부담이 50%이상 증가한다. 중앙포토

규제 틈새를 파고든 법인의 아파트 쇼핑이 된서리를 맞는다. 법인을 통한 ‘우회 매수’가 크게 늘자 정부가 법인의 세 부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부동산 법인들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게 됐다.
 
6ㆍ17대책으로 내년부터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3~4%)이 적용된다. 6억원 공제도 폐지된다. 양창우 우리은행 세무사는 “아파트를 보유한 법인은 세금을 많이 내든지, 아니면 팔라는 게 정부의 신호로 해석된다”고 했다.  

법인의 수도권 아파트 매입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들어 법인의 아파트 구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법인은 지난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아파트 1824가구를 사들였다. 지난해 12ㆍ16대책이 나오기 전(11월 기준 929가구)보다 2배로 늘었다.  

[법인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강남권 두 채, 내년 1억원 넘어서
법인은 재건축 분양자격 박탈위기
수도권 아파트 보유세 부담도 커져
세부담에, 연말 법인 매물 나올수도

사업가 이모(69)씨는 지난해 임대업 법인을 설립한 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전용면적 99㎡)을 샀다. 이씨의 법인은 내년에 보유세로 2386만원을 내야 한다. 올해(1560만원)보다 53% 오른다. 양경섭 온세그룹 세무사가 공시가격과 종부세 세율 변동을 고려한 시뮬레이션(모의계산) 결과다.  
 
이뿐이 아니다. 법인 명의로 재건축을 구입한 이씨는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기회도 사라질 위기다. 6ㆍ17대책으로 2년 이상 거주한 조합원에게만 분양자격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을 거주할 사람이 아닌 투자를 위해 (법인이) 구매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이번 정책의 방향”이라며 “이를 위해 조합원의 실거주요건을 강화한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인의 아파트 보유세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법인이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두 채 이상 매입했다면 내년에 내야 하는 보유세는 올해보다 200%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예컨대 A씨가 법인 소유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와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전용 84㎡) 2채(총 공시가격 34억34000만원)가 있다고 하자. A씨가 내년에 납부해야 보유세는 1억원을 넘어선다. 올해(3445만원)보다 208% 증가한다. 조정대상지역 내 두 채로 종부세 최고세율 4%와 세 부담 상한선도 200%에서 300%로 높아지는 점을 가정한 결과다.  
 
법인의 보유세 폭탄은 서울만의 얘기가 아니다. 올해 들어 법인의 아파트 쇼핑은 대출 규제가 덜한 경기도 안산ㆍ평택 등지와 인천에서도 활발했다. 이들 법인도 두 채 이상 구매한 경우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B씨가 법인을 설립한 뒤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롯데캐슬골드(83㎡)와 중구 중산동 영종힐스테이트(83㎡)를구입했다면 보유세는 올해 34만원에서 내년 117만원으로 3배 이상 뛴다  


올해 연말 법인 매물 쏟아지나 

6.17대책이 나온 이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부동산 매물이 붙어있다. 뉴스1

세무사들은 보유세 부담이 커져 상당수 법인 소유의 아파트 매물이 연말 안에 나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필 세무사는 “상담을 해보면 법인 소유로 아파트를 구매한 경우 확 늘어난 세 부담에 처분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들은 양도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올해 안에 매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법인이 아파트를 처분할 때 법인세(10~25%)에 추가세율이 기존 10%에서 20%로 인상되기 때문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