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홍성욱 판사는 23일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된 김모(25)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홍 판사는 “공소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단국대, 업무협조 차원 알렸을 뿐
경찰이 ‘침입범’이라며 검찰 넘겨
학교 측 “침입 아니고 피해도 없어”
법조계 “표현의 자유 침해한 판결”
김씨가 대자보를 붙인 사실을 확인한 단국대는 이를 경찰에 알렸다. 신고가 아니라 업무 협조 차원이었다. 학교에 피해가 없는 데다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서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김씨가 ‘침입범’이라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단국대 측은 “김씨가 우리 의사에 반해 불법으로 침입한 사실이 없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단국대 관계자는 법정에서도 “이 사건이 과연 재판까지 와야 할 문제인지 의문이 든다”며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해를 본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6월 10일자 23면〉
김씨는 이날 “건조물 침입죄는 핑계일 뿐 대통령을 비판한 ‘죄’를 끝까지 묻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김씨 변호인 이동찬 변호사는 “건조물 침입죄는 주거의 평온을 해칠 때 성립하는 데 검찰이 ‘피해자’로 지목한 단국대 측이 ‘피해를 본 게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한 만큼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는 “헌법상 국민의 핵심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판결”이라며 “수많은 게시물 중 유독 김씨가 붙인 대통령 비판 대자보만 콕 집어 처벌한 점에서 헌법상 평등권의 일부인 ‘형평의 원리’도 심각히 위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강찬호 논설위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