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은 미국 플로리다주(州)의 한 여성이 16년 전 사망한 남편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을 위해 다시 신장 기증자로 나섰다고 전했다.
16년 전 숨진 남편, 장기기증으로 4명 살려
당시 수혜자 재이식 필요에 아내가 다시 나서
사연은 이렇다. 2004년 지붕수리공인 35세의 브라이언 해링턴은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그는 자신의 장기로 4명의 생명을 구했다. 그중 한 명이 신장과 췌장을 받은 제프리 그레인저였다.
회복된 그레인저는 기증자의 아내인 테리 해링턴과 1년간 익명으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기증자와 수혜자가 1년간은 서로 신상을 밝혀선 안 되는 규칙 때문이다. 이후에도 계속 교류하며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연을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브라이언에게서 이식받은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재이식이 필요한 상황까지 오자 그레인저는 테리 해링턴에게 전화해 소식을 전했다. 테리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레인저의 신장이식 기증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레인저는 테리가 농담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한 달 뒤인 5월에는 페이스북에 신장 기증자를 찾는다는 공지 글도 올렸다.
그런데 뜻밖의 댓글이 달렸다. 테리가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내 제안이 농담인 줄 알았나. 새 신장만큼이나 진지하다"며 기증 의사를 재차 밝힌 것이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집도의인 케네스 안드레오니 플로리다주립대 샌즈 병원 교수는 “많은 다양한 기증 사연들이 있지만, (테리와 그레인저와 같은)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테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장기기증은 단순히 한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그 가족 전체를 돕는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장기 기증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