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만 참여한 법사위, 대법원에 "한명숙 2심, 공판중심주의 후퇴"

중앙일보

입력 2020.06.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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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3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원행정처ㆍ대법원 양형위원회, 법제처가 업무보고를 했다. 각 기관에서는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김영란 양형위원원장, 김형연 법제처장 등이 나왔다. 이날 법사위에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은 채 여당 의원들만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8일 열린 법무부 업무보고 때처럼 이날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집중했다. 주로 사법부의 책임이 부족했다며 법원을 비판했다.
 

與, “한명숙 2심, 공판중심주의 후퇴”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불참에 좌석이 비어있는 가운데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의원은 “‘수사 기록을 던져버리라’는 말을 누가 했는지 아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해당 발언은 2006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다. 기록이 아닌 실제 법정에서의 심리를 중요시하란 의미다.
 
박 의원은 “한 전 총리 재판은 1심에서 23번의 공판을 했는데 2심에서는 불러달라는 증인도 부르지 않고 5번 재판으로 끝나버렸다”며 “2심 판단은 공판중심주의 후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처장은 “개별적 사건에 대해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같은 당 송기헌 의원도 한 전 총리 사건으로 법원을 비판했다. 송 의원은 “그 사건을 보면 판사들이 인권에 관한 감수성이 굉장히 미약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전 총리 재판의 주요 증인이 검찰에서 수십번 조사를 받았는데 조서 작성은 몇 차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에도 정상적인 조사가 되지 않은 사정은 인정하지만,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질책은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 중에 검사가 그 사건에 대해 계속 수사하는 것은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처장은 “기본적으로 송 의원님 (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당선 축하” 덕담에 “송구합니다, 답변만”…장내 웃음

최기상 의원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유튜브 청년나그네TV 캡쳐]

법원을 떠나 법사위로 들어온 최기상 의원도 조 처장에게 질의했다. 최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판사 출신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법사위에 소속됐다. 최 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제가 말씀드리는 부분은 얼마 전까지 법원에 재직하던 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걸 먼저 말씀드린다”고 운을 뗐다. 최 의원은 “아침부터 밤, 새벽까지 검찰 등 수사기관과 법원 관련 언론 기사가 주목받는 지금은 선진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며 “법원에 유일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인 법관 임용과 재임용 제도에 대해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처장에게 “법관들이 (소수자와 약자 보호라는) 책임을 전부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조 처장은 즉답을 하지 않고 최 의원에게 덕담을 먼저 건넸다. 조 처장은 “존경하는 최 의원님께서 의정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답을 듣던 최 의원이 “송구합니다, 답변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 회의장 내에는 잠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