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루이스는 2017년 9월 우승했다. 자신이 거주하는 휴스턴 지역이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큰 피해를 본 직후다. 그는 집을 떠나 대회장으로 가며 “우승하면 상금 전액을 피해복구비로 내겠다”고 선언했다. 그 대회에서 뛰어난 샷감을 보이던 전인지에 역전 우승했다. 자신을 위해서, 이기려고 아등바등해도 안됐는데, 남을 위해 경기하겠다고 마음먹자 오지 않을 것 같던 우승컵이 찾아왔다.
상금 전액 코로나19 기부 유소연
루이스도 기부 약속한 뒤에 우승
박세리·최경주 등도 비슷한 경험
좋은 목표 세우면 흔들리지 않아
유소연은 한국여자오픈 3라운드가 끝난 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하는데 많이 떨렸다. 어떻게 해야 평안할지 고민했다. 그는 "만약 좋은 목표를 갖는다면, 흔들리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승하면 상금 전액(2억5000만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금으로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유소연은 김효주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우승 앞에서 다들 긴장한다. 그러나 이것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을 위한 것 같은 보다 큰 명분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더 담대하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이택중 신경정신과 이택중 원장은 “사회를 위한 것 같은 원대한 목표가 있다면, 집념이 생기고 더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경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세리(43)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US오픈 우승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여러 차례 우승 기회를 놓쳤던 PGA 투어 임성재(22)는 코로나로 온 국민이 힘들어하던 3월 첫 정상에 섰다. 물질적인 기부는 하지 않았지만 내가 잘 하면 위기에 빠진 주위 사람들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큰 힘을 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경주(50)가 PGA 투어에서 8승을 하고, 아직도 현역으로 뛰는 비결도 비슷하다. 그는 “어릴 적 장학금을 준 불우한 학생이 건실한 대학생이 되어 보낸 감사편지에 삶의 활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신의 도움으로 멋지게 성장한 청년을 보면, 그가 마음으로 쓴 감사 편지를 보면, 그를 위해 뭔가 도움을 준 자신에 대해 뿌듯해지고 열심히 일할 힘이 샘솟을 것 같다.
어려운 사람을 도울 때 자신이 세상에 있어야 할 존재 이유를 느끼지 않겠는가. 그건 돈으로 살 수 없는 커다란 행복이고, 핵발전소보다 거대한 에너지다. 놀랍게도 자신을 버리면 기적이 나온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