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6일,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과의 간담회에서 기자가 직접 던진 질문이다.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선 문 총장은 이내 양복 상의를 벗어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뭐가 흔들립니까. 옷이 흔들립니다. 흔드는 건 어딥니까?”
이어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옷을 보고 말하면 안 된다. 옷이 흔들리는 게 어느 부분에서 시작하는지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정치권력에 흔들린 것은 인정하되, 검찰을 뒤흔든 외풍(外風)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봐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윤석열 나가라”, 檢에 휘몰아치는 외풍
설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사실상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바로 다음 날 나왔다. 추 장관은 1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대법원 유죄 확정판결)과 관련해 주요 참고인인 한모씨가 주장한 검찰의 위증 교사 의혹을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한 윤 총장의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지시는 정식 공문 형태로 하달됐는데, 그 근거는 ‘검찰청법 8조(법무장관의 지휘ㆍ감독)’라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수사지휘권 발동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한 게 유일하다. 당시 김 전 총장은 장관의 지휘를 받아들인 뒤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직을 던졌다.
지금의 국면은 뭘 의미하는가. 검찰에선 “직접 내쫓을 순 없으니 제 발로 걸어나가란 최후통첩”(검찰 검사장급 간부)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강하다.
文-尹 오늘 만남, 외풍 논란 잠재울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설훈 의원은 윤 총장 임명 때 ‘돈이나 권력에 굴할 사람이 아니다. 총장으로서 적임자’라고 했었다”며 “그러던 분이 이젠 스스로 물러나라고 한다. 그렇게 윤 총장을 내치고 싶으면 정직하게 대통령에게 그를 내치라고 요구하라. 그리고 문 대통령에게 그에 따른 정치적 후과에 대한 책임을 당당히 지라고 주문하라”고 했다.
윤 총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며 “우리 윤 총장”이라고 불렀던 문 대통령은, 넉달 뒤 그를 다시 만난 자리에서(제5차 반부패정책협의회)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두 번째 만났을 때 발언의 온도가 다르다.
그리고 7개월 뒤인 22일 오후, 문 대통령은 제6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 총장을 다시 대면한다. 이번에 문 대통령은 어떤 얘기를 할까. 그의 발언은 검찰 개혁일까, 검찰을 흔드는 외풍일까.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