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내고 잠수탄 교수님" 수치로 확인된 '저질' 온라인수업

중앙일보

입력 2020.06.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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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북 경산지역 5개 대학 학생들이 교육부에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심각하다며 교육부가 방침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뉴스1

“온라인 수업하면서 과제만 내주고 잠수타는 교수님도 있죠.”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수업을 받은 대학생들이 체감하는 교육의 질이 급감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교수와 상담을 하거나 수업 외 활동을 했다는 응답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 온라인 수업의 한계가 뚜렷했다. 대학생들이 교육의 질 하락을 이유로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라 주목된다.
 
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 배상훈 소장(교육학과 교수) 연구팀은 전국 39개 대학 2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학기와 올해 1학기 학습 경험을 비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에서 얼마나 양질의 교육이 이뤄졌는지 비교해보기 위한 조사다. 이번 조사 결과는 20일 한국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교수와 상담 기회 반 토막…학생들 '답답'

대학 온라인수업 학습경험 조사 ※자료: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

조사 결과 온라인 수업 이후 학생들이 교수와 소통할 기회는 크게 줄었다. 교수와 수업 외 활동을 함께 했다는 응답은 지난해 1학기 18.4점에서 올해 1학기 9.3점으로 급감했다. (60점 만점, 전혀 안 함(0점)에서 매우 자주함(60점)) 교수와 진로나 취업에 대해 상담했다는 응답도 24점에서 10.1점으로 절반 이하가 됐다. 사실상 수업 이외의 활동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학생들은 수업의 질도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수업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사례나 자료 등을 사용했다는 응답은 40.2점에서 37.4점으로 떨어졌다. 시험이나 과제와 관련된 피드백을 충분히 제공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는 응답도 37.8점에서 31점으로 낮아졌다.


학생들이 적어 낸 주관식 응답을 보면 답답함이 드러난다. 한 학생은 “취업 관련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책자라도 나눠주면 좋겠다”며 “온라인 수업하면서 과제만 내주고 잠수타는 교수님도 있는데, 소통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옛날 강의자료를 그대로 올려주신 분도 있다. 시스템적 문제보다는 교수님 스스로 바뀌셔야 한다”고 했다.
 

대학 온라인수업 학습경험 조사 ※자료: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

배 교수는 “교수와의 상호작용이 반 토막난 상황이고, 수업 이외 캠프나 공모전, 동아리 같은 비교과 활동이 올 스톱됐다”며 “대학이 절반은 죽었으니 등록금 시비도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수업을 두고 사회 전체가 접속 안정성이나 플랫폼 같은 이야기만 했지, 그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이 교육적이냐는 얘기는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근본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학, 변화 맞을 준비 못 한 채 온라인 수업 

이번 조사에서는 대학생들이 자기주도적인 온라인 수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시간 계획을 세워 공부한다는 응답은 30.7점에서 25.5점으로 줄었고, 수업 중 배운 내용을 이해하고 암기한다는 응답도 37.3점에서 30.5점으로 줄었다.
 

전국총학생회협의회 대학생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학생의 학습권 침해와 교육부·대학의 안일한 대처를 규탄하고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와 함께 ‘팀플’처럼 다른 학생과 협업할 기회가 사라지면서 교육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도 노출됐다. 서로 도와가며 공부한다는 응답은 37.6점에서 23.3점으로 줄었다. 한 학생은 “팀 과제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직접 볼 수가 없어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학생들은 그동안 피동적인 학습자였고, 대학은 새로운 변화를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대학이 서버 관리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온라인 수업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에 주목해야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