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 최초 기동헬기 수리온 타보니
이진재 KAI 운영본부장은 "항공기 조립은 '펄스(Pulse)'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무빙 라인'이 아니라 한 공정을 마치면, 일시에 한 스텝씩 전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수리온의 부품은 20만 개에 이른다. 250여개 납품업체서 만든 부품은 약 6개월간 동체 조립 공정을 거쳐 2개월의 테스트 비행을 마친 후 수리온으로 태어난다.
이날 조립동엔 동남아 16개국 대사와 외교 관계자가 방문했다. KAI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해외의 국제 방산 전시회가 열리지 않자 사천 본사로 외교 관계자를 직접 초청해 마케팅에 나섰다. KAI에 따르면 각국 외교 관계자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특히 "방글라데시가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헬기 국산화 15%, 이젠 동남아로 간다
국내 헬기 보급을 바탕으로 수리온은 동남아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KAI는 아시아에선 인도·중국을 빼면 헬기를 제조하는 국가가 없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봉근 KAI 수출 담당 상무는 "수리온은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군의 작전 능력에 맞춰 개발된 기체로, 산이 많은 동남아에 적용될 수 있다"며 "러시아·중국 헬기는 가격은 싸지만,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 한국은 검증된 프랑스 모델을 기반으로 선진화한 장비를 탑재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사업을 추진 중인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남미에선 KT-1을 발주한 페루 등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리온의 가격은 같은 급의 러시아산보다 비싼 200억~250억원이다.
동남아에선 군·민수용 헬기 수요를 노리고 있다. 김덕관 항공우주연구원 회전익기연구팀 총괄은 "동남아는 섬이 많고 숲이 많아 제자리 이착륙 헬기 운용이 필수다. 경제·복지 성장에 맞춰 의료·구호 헬기 수요가 늘 것"이라며 "한국이 보유한 기술을 유럽·미국보다 경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처럼 편안한 12인승 헬기
활주로엔 이날 방문한 16개국 대사를 태울 경찰청 참수리 3대가 이륙을 준비 중이었다. 2013년 시제기부터 약 500시간 참수리 조종간을 잡은 박형식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위는 "버튼 몇 번으로 조작하는 자동조종장치 등 안전성·편의성이 뛰어나다. 미국·이탈리아 등 헬기 선진국보다 역사는 짧지만, 한국형 지형에 강하다"고 했다.
이륙 후 사천을 벗어나 남해 해상까지 10여 분 비행하는 동안의 느낌은 버스에 앉아 있는 것처럼 편안했다. 조종사는 남해 창선도 산 능선에서 약한 강도의 전술 비행을 시연했다. 산 능선을 넘을 때마다 참수리는 '바이킹' 놀이기구를 탄 듯 급상승과 급강하를 반복했지만, 기체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김찬동 조종사는 "능동형 진동 저감장치를 탑재해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천=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