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올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버크셔 해서웨이는 497억 달러(약 60조33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버핏은 코로나19 확산 후 미국 항공사 주식을 전량 손절매했는데, 이후 해당 주식은 되려 급등했다. “버핏이 이번 반등세를 완전히 놓쳐버린 게 아닌가”(금융기업 에드워드 존스의 제임스 섀너핸 애널리스트)라는 걱정에서부터 “멍청한 늙은이”(스포츠 도박 사이트 바스툴스포츠의 설립자 데이비드 포트노이)라는 조롱까지 나온다.
수익률은 S&P 상승폭 밑돌고
손절매한 주식은 이후 급반등
장기 가치투자에 대한 의문 나와
이미 드러난 투자 실패보다 더 우려스러운 건 버핏이 투자를 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뭘 투자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코로나19 이후 주목할만한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발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버핏의 신중함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당시 버핏은 반등을 자신하며 골드만삭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 등에 과감히 투자했다. 케네스 피셔 피셔인베트스먼트 회장은 “버핏이 감을 잃었다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 나이의 인물은 위기에 처하면 움직이려 들지 않는다”고 에둘러 말했다.
버핏의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에도 허점이 있다. FT는 “기술주는 적고 은행 등 금융주는 많은 게 버핏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톱10인 기업 중 기술주는 애플이 유일하다. 애플이 그나마 투자 평가액이 높지만 나머지 9개 기업 중 7개는 뱅크오브아메리카(2위) 등 금융 관련 업종이다. 아마존 등 우량주는 상대적으로 소액투자만 했다. 버핏 자신이 이미 아마존에 대해선 “놓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 바 있다.
회의론이 나오고 있으나 그래도 그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단정 짓는 건 이르다. FT는 “장기 투자를 중시해온 버핏의 전략이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 열매를 맺을 수도 있다”고 적었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발생한다면 또다시 증시가 폭락할 것이고, 몸을 웅크리고 있던 버핏에게 악재가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가드너 루소 & 가드너 투자사의 임원인 토마스 루소는 “여기까지 (투자를 안 하고) 왔다면 버핏이 쌓아놓은 1370억 달러의 현금은 신중하게 쓰는 게 장기전에선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