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이더 수수료 폭탄, 다단계가 왜 거기서 나와?

중앙일보

입력 2020.06.17 23:06

수정 2020.06.17 23:39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투데이] 2020.06.17. 북한의 도발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전날 북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도 금융시장은 무덤덤합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소폭이지만 상승 마감했습니다. 그나마 원ㆍ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6.7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213.9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린 이미지 효과에는 훨씬 못 미치는 시장 반응입니다. 이날 시장을 달군 건 단연 부동산입니다. 이번 정부 들어 나온 21번째 대책입니다.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을까요. SNS에서는 이러다 이번 정부 내 50번 채우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경제(11:33~)=“무주택자는 계속 전세만 살란 말인가”이날 나온 대책의 제목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입니다. 목표는 ‘투기수요 근절, 실수요자 보호’입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①규제 지역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수도권ㆍ대전ㆍ청주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습니다. 핀셋 규제에서 전방위 규제로 방향을 달리한 모습입니다. 시장에서는 ‘뒷북 규제’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미 오를 곳은 다 올랐다는 거죠. 정부보다 빠른 ‘갭투자 원정대’는 다음 투자 대상 지역으로 이미 몰려갔습니다. 6ㆍ17 대책에서 빠진 김포ㆍ천안ㆍ구미 등으로 이미 매기가 몰려갔다는 소문이 돕니다. SNS에서는 김포 신규 아파트 피(웃돈, 프리미엄)가 1억원이 붙었다고 합니다. ②갭투자 차단을 위해 대출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무주택자가 규제 지역에서 집을 사고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6개월 안에 해당 집으로 전입해야 합니다. 지금은 9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할 때에만 1년(조정대상지역 2년) 안에 전입해야 하는데 이 기간을 단축했습니다. 전세대출도 강화했습니다.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신규 구입하면 전세대출 보증 제한 대상이 되고, 전세대출을 받고 투기지역 등의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대출을 바로 갚아야 합니다.

이로써 현금 3억원 정도가 없으면 서울 아파트를 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노원구나 구로구 등을 제외하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나마 전세 끼고 대출 받으면(LTV 40%) 현금 1억원 정도 있으면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대출 받아 사면 6개월 안에 입주해야 하니 이것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못해도 최소 3억원은 손에 쥐고 있어야 서울 아파트는 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왜 굳이 서울에, 그것도 아파트에 사려고 하느냐고 반문하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③재건축 규제가 강화됩니다. 조합원 분양 신청 시까지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전세 주고 집주인은 다른 좋은 집에서 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재건축된 새 아파트를 받고 싶다면요. 아울러 재건축 부담금도 본격적으로 내야 합니다. 서울 한남연립(17억원), 두산연립(4억원)을 시작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징수한다는 게 국토부 계획입니다. 여기에 함부로(?) 재건축을 못하도록 안전진단을 엄격하게 하고요. ④잠실ㆍ삼성ㆍ대치ㆍ청담 등 아파트 살 때는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들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됩니다. 디테일한 내용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대락 이들 지역의 주택을 살 때는 구입 목적을 밝히고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주택의 경우엔 2년간 실거주(매매ㆍ임대 금지)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요. 당장 쏟아지는 반응은 부정적입니다. ‘부동산 대책 비웃듯 ‘갭투자’ 원정대는 다음 타깃 정했다‘(머니투데이), ‘규제 발표 ‘반나절’만에…‘김포ㆍ파주ㆍ천안’ 투자자 몰렸다’(이데일리), ‘“무주택자는 계속 전세만 살란 말이냐”…서민들 불만 폭발’(한국경제), ‘“정부 믿고 기다렸는데…평생 ‘전월세살이‘ 해야”’(이데일리), ‘‘집도 없는 세대…’ 3억 모으기 전 서울 아파트 불가능’(국민일보), ‘“잠깐은 집값 잡겠지만…실수요자, 현금으로만 집사란 말인가”’(매일경제) 등 기사가 쏟아집니다. 21번째 대책의 효과는 어떨까요. 22번째 대책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째 예감이 좋지는 않습니다. #크립토(28:44~)=이더리움 수수료 폭탄의 당사자는 다단계 조직이더리움 수수료 폭탄의 비밀이 풀렸습니다. 10~13일 이더리움 계정에서 3차례 고액 수수료가 부과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중 송금 주소와 수수료가 동일했던 두 사건의 피해 당사자가 ‘굿싸이클’이라는 국내 거래소(?)로 밝혀졌습니다. (참조: 이더리움 고액 수수료 사건, 당사자는 국내 다단계 업체? https://joind.io/market/id/2402)

정상적인 거래소라면 아마 당장 ‘내가 피해자’라고 나섰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채굴풀이 동결하고 있던 수수료는 각 채굴업자들에게 분배가 됐습니다. 수수료 폭탄 피해를 고스란히 굿싸이클이 떠안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굿싸이클이라는 업체의 정체가 수상합니다. 관련 업체를 홍보하는 네이버 밴드에는 자사를 ‘매일 자동수익 실현. 세계 1등 P2P’라고 정의했습니다. ‘우리 고유의 문화인 품앗이ㆍ계ㆍ두레를 블록체인 시스템에 적용해 자동 알고리즘화. 자동 매칭. 최우수 P2P 탄생’이라고 소개합니다. 무려 수익률은 ‘6월 8일부터 일 15%’. 엄청난 수익률에 투자금이 몰렸습니다. 120억원이 투자됐다고 합니다.  밴드에 나온 홍보 내용이 그렇다는 겁니다.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아니, 사실일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루에 15% 수익을 줄 수가 있나요. 일주일이면 105%, 한 달이면 450%, 1년이면 5475%의 수익이 가능합니다. 이들의 광고대로 ‘복복리’라면 수익률은 상상을 초월하겠습니다. 100% 자신합니다. 세상에 이런 투자는 없습니다. 사기입니다. 굿싸이클의 공지를 보면 6월 5일부터 해커들의 공격이 본격화됐다고 합니다. 2000만원을 요구했지만 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날 오후에 올린 공지에는 ‘비트코인ㆍ이더리움 자산은 안전합니다’라며 ‘6월 11일 60억 가량 출금건은 회원들 개인 지갑으로 출금건이며, 가스비는 각 개인이 낸 것입니다’고 명시했습니다.

 잠깐만요, 회원들의 자산은 안전한데, 가스비는 개인이 냈다고 합니다. 회원의 자산을 안전하게 16만원어치 옮기는데 32억원을 수수료로 낸 겁니다. 자산이 안전한 게 맞나요. 게다가 해킹 사건이 터진 이후로도 문제의 지갑으로 꾸준히 이더리움이 입금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 다단계 업체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 ‘누군가’는 대체로 관련 지식이 부족한 이들입니다. 5월 25자로 올라온 네이버 블로그에 게시된 사진을 보면 굿싸이클 사무실에 노년층이 구름 때처럼 몰려 있습니다. 요즘과 같은 시국에요. 

다단계 사기는 정말 뿌리를 뽑을 수 없는가 봅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게 될 굿싸이클 투자자분들이 있다면, 빨리 환불을 요청하시길 바랍니다. 6월 15일자로 올라온 밴드 게시글에는 환불방이 개설됐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본인이 입금한 내역이 확인되면 환불처리 해 드립니다’고 합니다. 진짜 환불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해 준다고 하더라도 빨리 해야 환불 받을 수 있습니다. 나중에는 돌려줄 수 있는 돈이 바닥이 납니다. 빨리 환불 요청하세요. (이렇게 말해봐야 ‘소귀에 경읽기’라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굿싸이클의 실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관련 링크를 참조하세요.) 

#인사이트(50:47~)=신흥 고래 8명을 만났다2018년 이전에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해서 여전히 큰 수익을 유지하고 있는 ‘고래’ 8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일찍 투자해 ‘존버’한 결과로 고래가 된 1세대가 아닌, 2017년 초 시장에 진입해, 수십에서 수백 배의 수익을 거두며, 수십에서 수백 비트코인을 보유한 8명이 대상입니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고래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이들은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참조: ‘[파커] 혼돈의 시장 속에서 비트코인 고래를 만나봤다’ https://joind.io/market/id/2390)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