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통합 현실화될 수 있을까
그런 그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에 대해 “곧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갑작스레 주목도를 높였다. 두 사람 만남이 야권 재편의 계기가 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12일 당 회의 후 기자들에게 “야권은 경쟁을 통해 거듭나고 국민 신뢰를 받아 저변을 넓혀야 미래가 있다는 생각에 변함에 없지만 지금 이 상태론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당내 모임서 “국민의당 쪽에서 만나보자고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 게 바로 전날이었다.
[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거대 양당 끼여 고민 깊은 국민의당
겉으론 중심서 중도 대변 한다지만
의원 3명 초미니당으론 현실적 한계
‘내년 4월 재보선 전 통합’ 전망 많아
물론 김 위원장과 안 대표가 즉각적인 교류로 단일대오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두 사람의 관계가 썩 원만하지 않은 편이다. 안 대표는 당장은 좀 더 몸값을 올리는 쪽에 몰두해야 할 필요도 있다. 지금 상태론 그저 통합당의 일회용 불쏘시개나 ‘흥행 카드’로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합당 내 여러 얘기를 종합하면 절실함보다 ‘합치게 되면 나쁠 건 없다’는 정도의 목소리가 많다. 국민의당 역시 겉으론 “거대 양당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며 중도층을 대변하겠다”는 입장이다. 궁색한 처지서 탈출할 돌파구가 언젠가는 열릴 거란 기대가 담겼다.
그래도 두 당이 초거여(超巨與)에 맞서 조금씩 주파수를 맞춰가는 기류는 뚜렷하다. 김 위원장의 기본소득 이슈에 이어 여야의 원 구성 전쟁과 ‘백선엽 장군 현충원 안장 논란’ 등 현안에 대해 안 대표가 직접 목소리를 보탰다. 이를 놓고 한쪽에선 ‘뒷북 전문’이라고 욕하지만 안 대표는 “최근 김 위원장의 정책 담론은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조를 맞췄다. 좌클릭하는 김종인 통합당에 보수로 다가서는 안철수의 국민의당이다.
- 두 사람 회동을 위한 물밑 접촉이 있나.
- “없다. 다만 당에선 만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 두 당은 지금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입장이 같다. 양당 원내대표는 여당 독식과 독주에 똑같이 반대하는 데 이젠 당 대표가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얘기다. 하지만 접촉은 없다.”
- 안 대표는 김 위원장과 만날 기회가 곧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 “정치인끼리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원론적 얘기다. 지금은 두 분이 모두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 안 대표는 “지금 상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3석 야당의 한계를 말하고 있는데.
- “맞다. 의석 3석을 갖고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야당이 두 당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안에 따라 통합당과 연대 혹은 협력 관계를 계속 유지할 거다. 앞으로 당 대 당 협력이 절실한 매우 심각한 상황이 올 테고,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연대로 갈 개연성은 있다. 지금 그런 그림은 없다.”
- 안 대표는 내후년 대선에 출마하나.
- “많은 지지자들이 출마를 원하고 안 대표는 부름에 호응하려 한다. 하지만 지금 상태론 야권 전체가 대선이 쉽지 않다. 우린 실용이든 중도든 보수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국민 관심을 받아 유의미한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본다. 야권이 그런 방향으로 재편돼야 하고, 그런 점에서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부가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진다고 생각한다.”
- 야권 재편은 언제쯤 올까.
- “내년 4월 재보선엔 후보 연대가 될지, 아니면 그 이상이 될지 뭔가 구체적 실체와 움직임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자면 정기국회 과정에서 부정기적이라도 야권 연대가 작동돼야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 국민미래포럼이 양당 통합을 위한 인큐베이터인가.
- “아니다. 의원들 친소 관계로 아주 우연히 만들어졌다. 국회에 등록된 정식 의원 연구단체가 되려면 두 정당 이상 의원 간 모임이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 양당이 결국 통합할 거라고 보나.
- “안될 이유가 없다. 중도를 표방한 안철수 대표가 중도를 향해 변신 중인 통합당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또 누구든지 의원 3명의 정당으로 대선을 치를 수는 없는 일이다.”
- 언제쯤일까.
- “내년 4월 재보선이 끝나면 통합당은 곧바로 대권·당권 후보 선출에 돌입한다. 레이스 준비가 필요하니 올 연말쯤 뭔가 움직임이 있지 않겠나.”
‘안철수 정치 멘토’로 불렸던 김종인, 갈라선 뒤 “뭘 잘 모른다” 낮은 평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대표는 2011년 ‘안철수 태풍’의 진원이 된 청춘콘서트를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김 위원장 외에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최상용 전 주일대사,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 원장, 법륜 스님 등이 청춘콘서트를 기획한 ‘평화재단’과 연결돼 있었다. 안 대표와 함께 수시로 6인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이들은 한때 ‘안철수의 핵심 멘토’로도 불렸지만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를 둘러싸고 멀어졌다.
국민의당 창당을 앞둔 2015년 말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고민하던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을 찾아갔다. 김 위원장은 “당내 분란을 수습하는 역할을 해보라”고 조언했지만, 안 대표는 듣지 않았고 이후 두 사람 사이엔 험한 말이 오갔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 창당 후 안 대표를 향해 “내가 그 사람하고 이야기를 많이 해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안다”며 “의사 하다가 백신 하나 개발한 사람이 경제를 잘 알겠느냐”고 평가절하했다.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을 향해 “낡은 생각과 낡은 리더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차르 패권’”이라고 비판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은 “도대체 국회가 뭔지도 모르고 국회의원이 뭐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 한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대선 후보였던 안 대표는 선거 막판 김 위원장을 찾아 ‘개혁 공동정부 준비위원장’직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선거를 열흘 앞두고 제안을 수락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선 차기 대선 주자를 말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은 이미 시험이 끝났다. 20대 총선에서 제3세력으로 38석이나 얻었는데 그걸 계속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당 창당을 앞둔 2015년 말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고민하던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을 찾아갔다. 김 위원장은 “당내 분란을 수습하는 역할을 해보라”고 조언했지만, 안 대표는 듣지 않았고 이후 두 사람 사이엔 험한 말이 오갔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 창당 후 안 대표를 향해 “내가 그 사람하고 이야기를 많이 해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안다”며 “의사 하다가 백신 하나 개발한 사람이 경제를 잘 알겠느냐”고 평가절하했다.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을 향해 “낡은 생각과 낡은 리더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차르 패권’”이라고 비판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은 “도대체 국회가 뭔지도 모르고 국회의원이 뭐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 한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대선 후보였던 안 대표는 선거 막판 김 위원장을 찾아 ‘개혁 공동정부 준비위원장’직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선거를 열흘 앞두고 제안을 수락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선 차기 대선 주자를 말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은 이미 시험이 끝났다. 20대 총선에서 제3세력으로 38석이나 얻었는데 그걸 계속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최상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