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노래 인생을 정리하는 인터뷰를 한 게 4월이었다.
인터뷰 때 비가 온 터라 자연스레 비 이야기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2003년 35주년 기념 공연을 시작으로 총 7번 열린 잠실 공연 중
3번이 비와 함께였어요. 5월부터 시작될 50주년 전국 투어에
혹여 비가 올까 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50주년 공연을 위해 당신의 생일에도 축하연 없이 연습만 했을 정도였다.
5월 1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50주년 공연이 시작되었다.
인터뷰에서 나눈 이야기가 씨가 되었을까?
비가 쏟아졌다. 시간이 갈수록 장맛비처럼 하염없이 쏟아졌다.
하물며 우비를 입은 4만5000 팬과 가왕은 빗속에서 하나였다.
공연은 나무랄 데 없었지만 사진이 아쉬웠다.
무대에 설치된 비 가림 천막이 사진의 배경인 게 내내 아쉬웠다.
미리 살폈더니 늦은 밤부터 비 예보였고 공연 시간엔 흐림 예보였다.
하지만 예보와 달리 공연 시간이 되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막 배경이 아닌 사진은 의정부에서도 물 건너갔다 싶었다.
머리와 안경이 젖고 뺨을 타고 빗물이 흘러도 가왕은 팬 앞으로 나섰다.
급기야 무대를 벗어나 관중석의 관객 앞으로 성큼성큼 나섰다.
관중석 앞에는 ‘가왕, 전설이라는 타이틀보다 더 자랑스러운 오빠라는 이름’
‘당신의 음악으로 50년이 행복했습니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오롯이 빗속에 든 가왕과 50년 팬, 그 자체로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