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후손과 친분이 두터운 한 지인은 “조세심판원 결정문을 전달받았지만 애당초 과세를 결정한 논리에 법적 결함이 있는 데다, 선친이 해외 교육기관에 김구 선생의 항일 투쟁을 교육하는 데 쓴 기부금에 세금을 걷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게 후손들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행정소송 절차를 밟기 위해 (가문 내에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백범 아들인 김신 전 공참총장
생전 해외대학에 42억원 기부
“해외 기부자에 통지 않고 과세
세금 27억→13억 줄었지만 부당”
조세심판원은 최근 김구 가문에 매긴 증여세 18억원 중 10억원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조세심판원은 2016년 이후부터 해외 기관(비거주자)에 대한 증여세는 세금을 낼 사람에게 관련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하는 ‘통지의무’가 생겼기 때문에, 별도 통지 없이 매긴 세금은 취소해야 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관련 세금은 2016년 5월 대만 타이완 대학에 기부한 23억원에 매긴 것으로 전체 기부금의 절반이 넘는다.
김구 가문은 그러나 2016년 이전에 기부한 나머지 기부금(19억원)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은 2016년 개정 전 상속·증여세법에선 해외에 재산을 기부한 국내 거주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통지의무’가 없기 때문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구 가문은 법문상 통지의무 대상에 없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통지하지 않고도 세금을 걷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법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해외 기부자에 납세 사실을 통지해야 할지, 안 해도 되는 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의 과세 결정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의 과세 행위는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법조문이 모호할 경우 과세에 나서기보다는 납세자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세법상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이재구호금품, 교육비’ 등은 증여세 면제(비과세) 대상이다. 해외 대학에 항일운동 교육을 목적으로 기부한 돈은 넓게 보면 교육비의 일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세정당국은 “원칙대로 과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세정당국 관계자는 “과세관청이 세금 납부를 납세자에게 통지해야 할 의무가 있느냐와는 상관없이 내야 할 세금은 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안타깝지만 공익재단을 통한 기부가 아니면 세법에 따라 과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