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교육부는 15일부터 수도권 학원에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를 의무 도입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고리로 떠오른 학원 발 감염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오는 30일까지 계도기간을 둔 뒤에는 미 설치학원에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10명 중 3명은 휴대전화 없는데 어쩌나"
하지만 학원들은 QR코드 도입이 학원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학원 관계자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은 10명 중 3~4명은 휴대전화가 없고, 고등학생들도 공부에 전념하려 두고 다니거나 데이터를 안쓰는 데 어떻게 QR코드를 찍으라는 말이냐"고 반발했다.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학생은 스마트폰에 네이버앱을내려받아 QR코드를 찍어야 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명부에 기록을 남길 수 없다. 전자출입명부에 기록을 남기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거나 들고 다니게 되는 것이다.
학원들은 학원 특성상 불특정 다수가 방문하는 시설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방역 당국은 학원과 함께 ▶헌팅 포차 ▶감성주점 ▶유흥주점(클럽·룸살롱 등) ▶단란주점 ▶콜라텍 ▶노래연습장을 전자출입명부 의무 도입 시설로 지정했다.
조미희 학원총연합회 서울지부장은 "학원은 출결이 곧 매출이라 정확하게 기록할 수 밖에 없다"며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유흥업소랑은 전혀 다른 곳인데 왜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려 하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학원의 특성은 실제 역학 조사 과정에서도 확인됐다고 학원들은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학원 조교가 확진되자 마포구청은 학원 두 곳과 스터디카페 한 곳의 수강생(이용자) 명부를 바탕으로 이틀 만에 출입자를 파악했다. 구청 관계자는 "별도의 출입기록이 없이 수강생 명부를 보고 추적했다"고 말했다.
"출결이 곧 매출, 이미 다 기록하고 있다" 반발
학원 관계자들은 현재도 상당수 학원이 입구에서 수기 출입기록을 남기고 발열 점검을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출입명부은 출입기록만 남기 때문에 학생들은 QR코드 스캔과 발염 점검 등 2가지를 함께 해야 한다. 학원으로선 전자출입명부 도입으로 중복되는 업무가 늘어나는 주장이다.
서울의 A학원 관계자는 "이미 ID카드를 태그해서 정확한 출입일시가 기록되고 학부모에게 자동으로 전송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QR코드를 쓴다고 하니까 학생들에게 앱 받으라고 홍보하고, QR코드를 띄워놓을 태블릿PC까지 사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기존의 ID카드 확인에 발열 점검에 수기 작성, QR코드 확인까지 더해졌다"며 "식당이나 카페처럼 아무나 드나드는 곳도 아닌 학원에만 왜 이런 의무를 부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부터 도입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혼란을 키운다. 교육부는 전자출입명부 의무 도입 시설에 수도권 학원을 넣었지만, 교습소와 태권도 학원 등 체육시설은 빠졌다. 감염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시행했는데…교육부 "세부지침 마련 중"
교육부는 현장의 상황을 반영한 세부지침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휴대폰을 쓰지 않는 학생이 많은 경우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한 지침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의무 도입 시설도 곧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미희 학원총연합회 서울지부장은 "전국 8만5000여개 학원 가운데 확진자가 나온 곳은 42곳이고, 모두 외부에서 감염된 사례일 뿐"이라며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을 강제할 게 아니라 학원이 적절한 방역에 나설 수 있도록 협조하고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